가루지기 노래 <652>“아자씨, 나랑 인월 주막에 안 가실라요?”
가루지기 노래 <652>“아자씨, 나랑 인월 주막에 안 가실라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3.12.22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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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32>

“내가 잡놈으로 떠돌 때 주모를 한번 만냈는디, 내 물건에도 환장얼 험서 술이며 밥을 공짜로 막 줍디다.”

“주모가 천하에 화냥년인갑만.”

사낵 입맛을 쩝 다셨다. 그 모습에 강쇠 놈이 사내를 인월로 데리고 갈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제 놈을 보면 인월 주막의 주모가 환장을 하며 덤빌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제 놈은 어제밤부터 예닐곱번이나 방사를 했던터라, 계집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천
하의 잡놈 강쇠 놈도 계집이라면 입에서 신물이 날 지경이었다.

계집 생각도 없으면서 구태여 집을 나선 것은 함양마천의 선비놈들과 지리산으로 천렵을 갔다는 옹녀 년이 괘씸하고 섭섭해서 제 놈도 바람이나 쐬자는 심사일 뿐, 계집을 만나 오입질을 할 요량은 처음부터 없었따.

물건은 대물이지만 그걸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밤마다 마누라한테 바가지를 긁히는 사내에게 주모를 통해 방사의 묘미를 익히게 해주고 싶은 것이었다.

“아자씨, 나랑 인월 주막에 안 가실라요?”

강쇠 놈이 작정하고 물었다.

“인월 주막언 술값이 겁나게 비싸다고 허든디?”

사내가 입맛을 쩝 다시면서도 망설였다.

“걱정허지 마시씨요. 아자씨라면 아매 주모가 술값얼 안 받고도 술얼 동이째로 앵길 것이구만요. 가십시다. 오랫만에 님도 보고 뽕도 따고 그럽시다.”

“허, 그래도 어찌 사내가 수중에 한 푼도 안 지니고 길얼 나선단 말인가? 자네, 여그서 쬐깨만 지달릴랑가? 내 얼른 집에 좀 다녀옴세. 아매 두어냥언 있을 걸세.”

“괜찮당깨요. 내게도 돈 열냥언 있소. 주막에 투전판이라도 벌어졌으면 오랫만에 손장난이나 쳐볼까허고 챙겼구만요.”

“자네, 투전도 허능가? 계집질에 투전이라, 자네넌 오만 잡짓얼 다 허능갑구만.”

“어쩌다 본깨 그리 되었구만요.”

“내가 수중에 돈 한 푼 없어도 자네가 책임얼 질랑가?”

“그런당깨요.”

“허면 서나서나 가보게. 나무짐 져다놓고 뒤따라 갈 것인깨.”

사내가 지게 작대기를 주어들고 나무짐의 멜방에 팔을 집어 넣었다.

“허면 글던지요.”

강쇠 놈이 먼저 인월 쪽으로 걸어갔다. 사내가 나무짐을 지고 따라오다가 마을길로 들어섰다. 사내가 따라와도 그만, 안 따라와도 그만이었다. 어차피 함께 가자고 나선 길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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