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면 한 잔씩만 따라주고 가께.”
주모가 방으로 들어와 술병을 들어 먼저 사내의 잔부터 채웠다.
“첨 오셨지라? 자주자주 오시씨요.”
사내는 얼굴만 붉혔고, 강쇠 싱글거리며 물었다.
“아짐씨, 우리 성님 코 크제라?”
“코가 커?”
주모가 새삼 사내를 찬찬히 살폈다.
“별로 안 큰디?”
주모가 강쇠 놈의 잔을 채우며 대꾸했다.
“흐흐, 아짐씨가 멀 모르요이. 우리 성님 코가 얼매나 큰디요. 내껏보다 훨씬 크구만요.”
“겉으로 봐서넌 모르겄는디.”
주모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도 코 얘기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숨을 색색거리면서 강쇠 놈 쪽으로 당겨 앉아 눈은 사내를 보면서 손은 강쇠 놈의 바지춤을 더듬었다. 거시기 놈이 벌써 눈치채고 고개를 쳐들어 반겼다.
그걸 꽉 움켜쥐며 주모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 그러나 강쇠 놈은 주모와 아랫녁을 맞출 마음은 없었다. 주모의 아랫녁은 성님 동생하는 마을 사내몫이었다. 제 놈은 술판이 어지간이 어우러지면 슬그머니 빠져나가 음전네를 찾아갈 요량이었다.
강쇠 놈이 주모의 손을 밀어내며 사내를 바라보았다. 앞에서 벌어지는 년놈의 수작에 사내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찬물도 우 아래가 있는디, 아짐씨가 나만 좋아허면 성님이 안 섭섭허겄소?”
강쇠 놈의 말에 사내가 흠, 기침을 하고나서 주모에게 말했다.
“나, 쩌그 산내골에 사는 박가라고 허만. 나헌테도 허물없게 허소.”
사내의 말에 강쇠 놈이 아, 성님의 성이 박가였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주모의 등짝을 그 쪽으로 밀었다.
“우리 성님헌테도 허물없게 좀 해보씨요.”
“흐참, 어뜨케 허는 것이 허물없는 것인디?”
“우리 성님 코가 크다고 안 했소? 얼매나 큰가 확인도 해보시고.”
강쇠 놈의 말에 주모가 눈을 반짝이며 박가에게 물었다.
“참말로 그래도 되요?”
“무신 말씸이요?”
박가가 모른 체 물었다.
“아, 이렇게 해도 되냐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