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60>말거시기만나 허요
가루지기 노래 <660>말거시기만나 허요
  • <최정주 글>
  • 승인 2003.12.3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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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쇠의 전성시대 <40>

주모가 느닷없이 박가의 바지춤 속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어뜨요? 우리 성님 코 크제라? 내가 잡놈으로 세상을 떠돌았어도 그만헌 코넌 못 봤구만이요.”

“크기넌 크요. 말거시기만나 허요.”

주모의 눈이 번들거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박가의 대물을 잡고 만지작거리면서 숨을 색색거렸다. 그 정도면 일은 다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긴 강쇠 놈이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이 동시에 올려다 보았다.

“아까막시부터 아랫배가 묵직허니 살살 아픈 것이 큰 것이 나오고 싶은갑소. 나 댕겨올랑깨, 우리 성님 대접 좀 잘허고 계시씨요이.”

강쇠 놈이 말하고 돌아섰다.

“얼릉 와, 동상.”

박가가 말했다. 그러나 강쇠 놈의 귀에는 그 소리가 천천히 와, 하는 말로 들렸다.

“알겄구만요. 성님도 알다시피 나넌 뒷간에 앉으면 한 식경도 좋고 두 식경도 안 좋소? 내 걱정언 말고 천천히 드시씨요. 아짐씨, 탁배기가 떨어지면 한 병 더 주씨요이. 오널 술값언 내가 낼 것이요이.”

“총각헌테 누가 술값 걱정허라고 했간디.”

주모가 눈을 흘겼다.

“아짐씨허고 우리 성님허고 그렇게 앉아있응깨, 참으로 잘 어울리요예.”

강쇠 놈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 웃다가 문을 닫아 주었다.

자, 한 잔 받으씨요, 하는 주모의 콧소리를 뒤로 강쇠 놈이 뒷간으로 가서 소피를 보고 나왔다.

날은 벌써 성큼성큼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마당 가운데 서서 잠시 생각하던 강쇠 놈이 음전네나 찾아갈까, 하고 사립을 나서려다가 돌아섰다. 주모와 박가가 판을 벌리는가 어쩌는가, 확인이나 해보자는 속셈이었다.

자칫 두 사람이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밋밋하게 앉아있다가 아무 일도 없이 술판이 깨진다면 나중에라도 박가를 볼 낯이 없을 것이었다. 어떻게든 박가한테 주모를 붙여주어야 마을에서 쫓겨날 일이 생겼을때 자기 일인듯 나서서 도와줄 판이었다. 또한 강쇠 제 놈은 주모한테 시달림을 받지 않을 것이었다.

강쇠 놈이 몸을 돌려 뒷간으로 가서 바지를 내리고 앉을개를 타고 걸터 앉았다. 볼 일도 없으면서 시간이나 조금 보내자는 속셈이었다. 조금 전 주모의 손가락 장난에 살아난 거시기 놈이 날 쫌 어뜨케 해주씨요, 주인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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