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멀 어쨌다고 이러시요?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가와 한 것도 잘못이란 말이요?”
여자가 뒤로 물러섰다. 두 여자의 눈빛에서 벌써 강쇠 놈을 어쩌지 못하리라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 기분나빠서 이녁헌테 국밥 팔기 싫은깨 그만 우리집에서 나가주실라요?”
주모가 주인의 위세를 떨었다. 두 여자가 눈에 독기를 품고 덤비는데야 채면치레할 것이 많은 양반집 아녀자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쇠 놈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주막을 나갔다.
“흐참, 치레넌 양반아낙인디, 허는 짓언 또 사당년 저리가라구만.”
주모가 사립 쪽을 향해 침을 퉤 뱉았다.
“그러게 말이요, 성님. 닭괴기가 다 익은 것같으만요. 우리 셋이 오손도손 묵읍시다.”
“그러세, 그러세. 닭괴기나 묵고 몸보신이나 허세. 모자라면 나도 한 마리 잡음세.”
주모가 맞장구를 칠 때였다. 박가가 머쓱한 낯빛으로 사립을 들어섰다.
“아니, 성님.”
강쇠 놈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아, 지게럴 지고 산으로 가는디, 주모가 자꼬만 눈에 밟혀서 말이시.”
박가가 손가락으로 뒤꼭지를 긁었다.
“큰 일 났소, 성님. 어쩔라고 이러시요? 늦게 배운 도독질에 날새는 줄 모른다더니, 성님이 꼭 그짝이 날랑갑소이. 성수님이 날더러 머라고 허겄소?”
강쇠 놈이 큰 소리로 나무라자, 주모가 옹호를 하고 나섰다.
“흐따, 너무 그러지 마씨요. 내 집에 온 손님인디, 총각이 멋이간디 감놔라 배놔라 상관이다요, 상관이.”
어차피 낮에는 음전네 때문에도 제 놈이 자기 차지가 못 될 것을 짐작한 주모가 박가에게 딱 달라붙는 것이라고 강쇠 놈이 짐작하고 계집년들의 맴뽀라는 것은, 참, 하며 하늘을 향해 흐 웃었다.
순간 눈앞이 빙빙 돌면서 다리가 휘청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