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노래 <687>아이구구...비명을 내지르며
가루지기 노래 <687>아이구구...비명을 내지르며
  • <최정주 글>
  • 승인 2004.02.05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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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뿌린대로 거두기 <5>

그래도 박가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부엌 쪽으로 난 봉창문을 득득 긁으며 아이고, 아야, 아이고 아야, 비명을 내질렀다.

옹녀 년이 얼마를 끙끙 앓았을까. 박가가 문을 열고 물었다.

“왜 그러시오? 아짐씨. 또 어디가 편찬허시오?”

“아자씨, 내가 죽을랑갑소. 오짐언 오짐보가 터질 듯이 매련디, 일어나지럴 못허겄소.”

“그래라우? 다 나신 것같앴는디, 또 왜 그끄라우?”

그제서야 박가가 못 이긴 듯이 방으로 들어와 옹녀 년의 허리를 부축하여 절반 쯤 일으킨 다음에 엉덩이 밑에 요강을 들이밀어 주었다. 속곳을 벌려 요강에 걸터 앉으면서도 옹녀 년이 금방이라도 옆으로 쓰러질 듯 몸을 기우뚱하며 아이고고, 비명을 내질렀다. 박가가 얼른 어깨를 붙잡아 주었다. 정말 소피가 마려웠던 옹녀 년이 요강 밑바닥에 구멍이 날만큼 큰 소리를 내며 소피를 보았다.

그것도 한참을 그랬다. 이윽고 요강이 조용해졌을 때 옹녀 년이 됐소, 어쩌고 하다가 옆으로 기우뚱 쓰러지는 몸을 바로 잡는체 하면서 팔꿈치로 박가의 사타구니를 슬쩍 훑었다. 팔꿈치에 장작개비같은 박가의 거시기가 느껴졌다. 옹녀 년이 속으로 싱긋 웃었다.

‘호호호, 그러면 그렇지 아무리 돌부처라도 계집년의 오짐 누는 소리럴 모른체끼헐 수가 있간디.’

옹녀 년이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아이구구, 하고 다시 비명을 내질렀다.

“왜 그러시오? 어디가 어뜨케 아프시오?”

박가가 옹녀 년을 이불 속에 눕히며 당황하여 물었다.

“모르겄소. 아까막시 소피럴 볼라고 일어나는디, 허리 중둥이 뚝 소리럴 내더니, 꼼짝얼 못허겄소.”

“조심허제라우. 안직 다 나신 것이 아닐 것인디요이. 약초뿌렁구 찧어논 것이 있는디, 그것이라도 붙여주끄라우?”

“심줄이 놀랬는가도 모릉깨, 등얼 쪼깨만 주물러 주실라요?”

옹녀 년이 아이구구.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엎드렸다. 박가가 멈칫거리다가 아, 멋허요, 쪼깨 주물러준다고 손구락이 닳기라도 헌다요? 그 전에도 허리럴 그렇게 다친 일이 있는디, 서방님이 몇 번 주물러준깨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낫습디다, 하고 재촉했다.

“흐참, 그래도 그렇제 어찌 외간 여자의 몸얼 주무른다요?”

박가가 여전히 멈칫거렸다.

“아, 그런 양반이 이년의 똥오짐언 어뜨케 받아냈소?”

“그때야 워낙이 다급헌깨 그랬제요. 안 그러면 내 방에다 똥오짐으로 철갑얼 헐 것인깨 그랬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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