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시설수는 많지만 맡길 곳은 없다!
보육, 시설수는 많지만 맡길 곳은 없다!
  • 강영희 기자
  • 승인 2004.03.02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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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 보육시설 확보 수 총 1천 57개.

 이는 전국의 보육시설 총 2만 3천 424개의 4.51%에 해당한다.

 도내 인구수가 전국 인구대비 4.4%라고 추산할 때 인구 비율과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특히 자녀 출산 후 재취업을 고려 중인 여성들은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보육 시설수는 많지만 마땅히 아이를 보낼 곳이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전북여성발전연구원 조경욱 책임연구원이 도내 보육시설 및 여성의 욕구를 분석한 연구자료를 발표, 현재 도내 보육시설이 처한 문제점을 짚어내 눈길을 끈다.<편집자 주> 

 전북도의 보육시설이 민간 의존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북여성발전연구원 조경욱 책임연구원이 지난 해 10월 도내 보육시설 및 보육기관을 방문해 면접조사를 벌인 결과 도내 보육시설 1천 57개소 중 무려 97%를 차지하는 1천 25곳이 민간 보육시설로 전국평균 94.3%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최근 보육기관 설립 허가가 신고제로 전환돼 설립이 자유로워지면서 생겨난 현상으로 보육의 질적 하락을 야기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조 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공립 보육시설은 32개소로 전라북도 전체 보육시설의 3.0%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평균 5.7%의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수치로 도내 보육시설의 민간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반영한다.

 도내 민간 보육시설은 총 586개소. 이 중 직장 보육시설은 4곳에 불과해 자녀를 보육기관에 위탁하는 부모들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심리적 불안을 함께 겪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의 보육시설은 또한 가정보육시설, 즉 놀이방의 수적 증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현재 전국적으로 감소추세(40.2%→36.7%)에 있는 흐름과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96년 전체보육시설의 37.4%를 차지하고 있던 비율이 무려 41.2%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치는 보육시설의 질적인 향상 없이 시설수만 무분별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실제 전북 보육시설의 전반적인 증가추이를 보면 1996년부터 2003년 최근 7년간 전국의 총 보육시설은 1만 2천 98개에서 2만 3천 424개로 1.94배가 증가한 반면, 전북은 383개소에서 1천 57개로 전북비율보다 높은 2.76배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내 아동들은 5.6%가 국공립 보육시설에, 84,7%가 민간시설에, 9.6%가 가정보육시설에 보호되고 있다. 결국 시설수와 아동 비율이 비슷한 추이를 보여야 하지만 현재 도내 보육시설은 국공립보육시설은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태며, 민간보육시설은 포화상태로 문을 닫는 시설 수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도내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81%로 전국의 85%보다 다소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 민간 시설 이용률은 85%, 직장보육시설은 77%, 놀이방 시설은 57%로 나타나 보육시설 내부에서도 이용률 편차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육 시설 이용과 관련 도내 취업모는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실내외 환경(31.5%)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20.6%는 교육 프로그램 개선이라고 응답했으며 보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방안으로 교사 1인당 보육아동비율 축소(30.0%)를 가장 많이 요구했다. 아울러 교사 자질 향상방안으로 34.0%에 이르는 응답자가 아동의 안전관리나 건강관리에 대한 전문성 제고를 주문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조경욱 연구원은 보육시설 종사자 보수교육 강화 및 처우개선, 부모들의 역할분담에 의한 평가단 및 자원봉사단 결성, 보육전담 공무원 확충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안했다. 조 연구원은 “보육에 대한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보육정보 센터 설립과 자문위원으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보육전담 공무원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연초 학부모 모임 등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역할을 분담하고 역할 수행을 위한 행사를 기획, 정례화된 모임을 통해 보육시설에 대한 모니터링 및 자원봉사를 실시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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