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없는 '전북 외국인학교'
외국인 없는 '전북 외국인학교'
  • 이보원기자
  • 승인 2004.03.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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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귀족학교' 전락
 전북 외국인학교가 부유층들의 귀족학교로 변질되고 있다.

4일 전북도와 전북도육청에 따르면 도내 거주 300여명의 외국인 자녀에 대한 교육기회 확대와 외국인 기업 유치를 위해 외국인 교사 3명 등 교사 5명으로 전주시 덕진동 옛 도지사 관사에 전용학교를 지난 2001년 설립 개교했다.

도는 외국인학교 설립을 위해 1천500평의 부지와 400평의 건물, 교사전용 기숙사를 제공한 것은 물론 3억여원의 개.보수비를 지급했다. 또 연간 1억여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거저나 다름없는 1천여만원으로 줄여주는 등 갖가지 지원을 했다. 이와함께 전북도 투자촉진 조례에 따라 매년 3천만원을 무상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전교생 18명(유치부 포함)중 순수 외국인은 3명 뿐으로 나머지는 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 자녀 5명과 5년 이상 외국에 체류한 한국인의 자녀 10명으로 대부분이 한국인들이다.

외국인 3명도 인근 군산 미군부대 장교 자녀 1명과 이 학교 교사 자녀 2명 등으로 외국 기업 유치와는 무관, 설립 취지에 맞는 외국인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학교가 이처럼 한국인 자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전북도의 홍보부족 외에도 수업료가 연간 600만-700만원에 달하는 데다 입학료까지 합치면 800만원에 가까워 외국인 근로자들이 교육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이사장인 로버트 할리(46)씨가 광주 외국인학교까지 운영하고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어 내실있는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외국인들의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학교보다 좋은 시설과 교과 내용을 갖춘 데다 영어를 쉽게 배울 수있는 전북외국인학교에 한국인 학생들이 몰리면서 부유층만이 독점하는 ‘귀족학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부유층은 자녀를 이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일부러 외국에서 5년간 체류한 뒤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학부모들간 위화감도 조성되고 있다.

외국인 학교는 외국인, 한국계 혼혈아, 외국계이면서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 등과 5년 이상 외국에 거주한 한국인 자녀만 입학할 수 있는 학교로 순수 내국인의 입학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외국인 학교를 설립했기 때문에 정상화되면 많은 외국인 자녀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부유층이 유학 대신 외국인학교를 손쉽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전북지부 서경덕 정책실장은 “전북외국인학교가 귀족학교로 변질 우려가 있어 설립때부터 반대했다”면서 “실사를 통해 편법이 확인되면 전교조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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