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7>온 몸에 전류같은 것이 찌르르
평설 금병매 <7>온 몸에 전류같은 것이 찌르르
  • <최정주 글>
  • 승인 2004.03.08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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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7>

반금련이 무송의 손을 덥썩 잡아 끌며 바로 옆의 이층집을 가리켰다. 호랑이를 때려잡은 장사의 손답게 무송의 손은 크고 거칠었다. 그래도 반금련에게는 비단처럼 부드럽게 느껴졌다. 아니, 손을 잡는 순간 온 몸에 전류같은 것이 찌르르 흘러갔다.

“예, 형수님.”

무송이 슬그머니 손을 빼냈다. 그 손을 다시 잡고 싶었으나 너무 속보이는 짓같아 그만 두고 반금련이 앞장을 섰다.

“형수님, 정식으로 절 받으십시오.”

이층 거실로 안내된 무송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말했다.

“절은요, 무슨. 아까 골목에서 했잖아요.”

“정식으로 해야지요. 형님도 나란히 앉으세요.”

“오냐, 그러마. 당신도 앉읍시다. 이런 날 아니면 언제 우리가 순포도감의 절을 받아보겠소.”

무대가 먼저 자리에 앉으며 어깨를 쭉 폈다.

“좋아요, 하면 저하고는 맞절을해요.”

반금련이 얼굴까지 붉히며 무대 옆에 앉았다.

“형님, 형수님. 모쪼록 행복하게 사세요. 이 동생이 두 분을 보살피겠습니다.”

무송이 진지한 얼굴로 말하며 큰 절을 했다. 마주 절하며 반금련이 대꾸했다.

“도련님이 오셔서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군요. 장부자 어른께서 맺어주셔서 형님과 살고는 있지만, 도련님도 아시겠지만, 형님이 사람이 너무 좋다보니, 업신여기는 사람이 많아 속상하는 꼴도 더러는 당했답니다. 허나 이제 순포도감의 형님을 누가 깔보겠어요. 반가워요, 도련님. 앞으로 오래오래 우리랑 살아요.”

“이렇게 환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형님이야말로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군자지요. 못된 놈들이 형님을 깔보면 이 동생이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얻은 듯 든든하군요. 여보, 도련님이 오셨는데, 더구나 벼슬까지 하시게 되었는데, 잔치를 해야지요. 어서 고기라도 몇 근 사오세요. 고량주도 두어 병 사오시구요. 돈 아끼지 말고 맛 있는 걸로 사오세요.”

반금련이 큰 인심이나 쓰는 듯이 돈 몇 푼을 설합에서 꺼내 주었다.

“돈은 내게도 있는데.”

“그건 내일 떡 살 밑천으로 써야하잖아요. 저렇다니까요. 마음만 좋아가지고 뒷 일은 생각지도 않고 장사 밑천으로 고기를 사고 술을 사겠다잖아요. 천천히 오셔도 되니까, 가게를 몇 군데 둘러 가장 좋은 곳에서 사오세요. 그 동안 도련님은 목욕이나 좀 하시구요. 제가 곧 물을 데울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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