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자리>깊은 밤 홀로 깨어 명상에 잠기다
<삶의 자리>깊은 밤 홀로 깨어 명상에 잠기다
  • 승인 2004.03.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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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일어나 명상에 잠긴다. 카트만두의 개들이 밤새 짖어댄다. 이곳 귀신들이 밤새껏 쉴 곳을 찾아 돌아다니는지…. 개들이 영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들은 3억3천만의 귀신들을 섬기고 있다.

  지금도 닥신칼리 템플에서는 날마다 죽음의 신인 칼리를 위해 동물을 잡아 피의 제사를 드리고 있다. 제사를 드리는 제단에는 선홍 빛의 피들이 엉켜붙어 흐르고 있고 잘리운 동물들의 머리가 진설되어 있다. 칼리라는 신은 이렇게 피를 좋아 하는가 보다.

  아마 여기에서 오래 전에는 인신제사도 드려졌을 것이고 얼마전에도 네팔 어디에선가 인신제사를 드렸다는 소문도 있다. 보기에도 섬?할 것 같은 장면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마치 아이들이 소꿉장난 하는 것 같다. 돌로 조각한 신상 앞에 빨간 꽃잎이며, 쌀이며, 열매들을 진설해놓고 기도하고 절하고 다시 쓸어버린 다음 또 다른 사람의 제물을 진설하고 쓸어내리고….

  그 짓을 하고있는 사제들이라고 할까. 그 사람들은 마치 별것도 아닌 것처럼 일상적으로 그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제물이 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염소들은 자기의 죽음을 알기라도 하는듯 그곳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네발로 버티며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참으로 종교가 진리의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이렇게 어리석고 무지한 우상숭배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영어성경을 읽어가다가 요한복음 6장에서 딱 걸리고 말았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셔라.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마다 영생을 얻을 것이니라. 나를 믿는 자는 나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요, 나를 믿는 자는 결단코 버림을 받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릴 것이니라.

 그때도 그 사람들은 예수의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많은 숫자가 예수를 떠났다고 한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도 가려느냐고 물으셨고 그때 베드로는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는데 어디로 가오리까라고 대답했다고 하지만 예수의 이 말에 걸려 넘어진 자가 많기는 많았던 모양이다.

 왜 예수께서는 자기의 살을 먹고 자기의 피를 마시라고 했을까? 예수의 이 말은 무슨 뜻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기의 희생과 십자가의 삶을 따르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고 인간의 죄와 타락한 양심을 자기의 피로 씻어 새롭게 했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지만 이 말씀이 오늘 새벽 나에게는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예수의 이 말씀은 자기를 먹고 자기를 죽이고 자기를 밟고 넘어가라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스승 유의태는 제자 허준으로 하여금 자기를 죽이고 그래서 자기를 해부하여 보고 만인을 살리는 명의가 되기를 바라며 죽어갔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자기를 밟고 넘어가 자기보다는 잘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항상 자기의 그늘 아래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것을 바라는 부모들이 있다면 그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부모일 것이며 심리적인 장애와 유아기적인 성장단계에 머물러 있는 부모일 것이다. 아니, 세상 사람들 모두가 거의 그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닐까?

  지금 예수께서는 이 단계를 넘어서는 경지를 말씀하시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나를 믿는 자는 나의 하는 일을 저도 할 것이요, 이보다 큰 것도 하리라고 말씀하였다. 그런데 기독교는 지금까지 예수의 살과 피를 받아먹는 일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미 부활해 영생의 세계로 올라가신 그 분을 따라 부활의 세계로 가려고는 하지 않고 베드로처럼 여기가 좋사오니 여기에 초막 셋을 짓자고 하며 오래전에 돌아가신 예수의 살과 피를 떼어먹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감상에 젖어있으니 하늘 세계로 올라가신 예수께서는 한심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등을 돌리고 하늘만 바라보고 계시지는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자유이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생각하는 존재로 지으셨으니 생각을 많이 해야 하나님께서 좋아하실 것 같다. 지금 막 아침 경건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이제 자리를 걷고 내 기도의 자리로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부활과 샬롬을 기도한다.

 윤종수<히말라야 미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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