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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1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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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 KBS가 전국의 고등학교를 순회하며 벌이는 "골든벨"이라는 프로를 본일이 있다. 50개 문항을 출제하여 이를 다 맞추면 골든벨이라는 칭호를 주어 해외여행이나 대학들록금 면제 등의 특전을 주는 일종의 문,답형 퀴즈다. 골든벨이라는 정점을 어느 학교가 울리느냐의 은근한 시험무대가 되어 학생과 교사가 모두 긴장하는 모습도 보았다.

▼문항수가 올라갈 수록 난해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속출되었으며 개중에는 꽤 고급스럽고 전문적인 분야가 출제되는 것도 볼 수도 있었다. 또한 고등학생으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영역을 척척 맞춰내기도 했다. 고등학생답게 발랄하고 재치있는 답변도 많이 나타났다. 학생들에게 선의의 학구열을 북돋는 유익한 푸로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문항 초반쯤에 나오는 한문문답은 차라리 안보았으면 할 정도로 어색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학교" "사회" "지식" "음악" "춘분"같은 평이한 한글 보통명사를 한자로 쓰는 대목에 가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자가 아닌 지렁이가 기어가는 아랍어처럼 기상천외의 한자를 쓰는 것을 보았다. 그나마 대부분의 학생들이 여기에서 탈락, 선생님의 "병마개 요술"로 명맥을 이었다.

▼물론 한문을 어려서부터 배워 올라오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고등학교에도 한문과목은 있지만 수능선택과목으로 학생들이 한문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의 하나다. 한문문화권 나라에서 유일하게 한국만이 한문을 경원시하는 찬밥신세로 전락되고 있다. 자유당 시절 이승만 박사가 "한글전용"을 법제화 하면서 박힌 뿌리가 그대로다.

▼우리나라 최고학부라는 서울대가 2004학년도 1학기 대학국어 한자어 기초실력 평가에서 전체 응시학생의 약 60%가 100점 만점의 50점을 넘기지 못한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내홍(內訌)을 "내공"으로 유치(幼稚)를 "절치"로 적어내는가 하면 한자의 형(兄)과 문(文)같은 기초적인 글자도 읽지못했다 했다. 한 대학교수는 한자는 몰라도 된다는 사회분위기가 문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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