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카퍼레이드
KCC 카퍼레이드
  • 승인 2004.04.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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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라는 이름은 지역에서조차 낯설다. 건설자재와 판유리를 만드는 (주)금강과 페인트를 생산하는 고려화학이 합쳐져 금강고려화학으로, 그리고 영문 이니셜을 따 KCC로 했지만 그 사정을 아는 도민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내실 위주로 왁자지껄한 포장을 싫어하는 회사의 전통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조용하고, 홍보를 기피하는 것은 때로 커다란 실이 될 때가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현대의 지배권이 달린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매입 혼선이 그 예다. 자체로 정치적인 환경과 논리를 배제할 수 없었지만 지역에서조차 KCC 입장은 간과되었다.

 그렇게 조용하고 실질 지향적인 KCC가 지금 농구 우승으로 떠들석하다. 앞 시즌에서 꼴찌에 가까운 성적으로 실망을 안겼다가 면모를 일신하여 1년만에 시리즈 챔피언십을 쟁취했으니 그 저력이 새삼 돋보인다. 하려고 하면 해 내는 근성을 유감없이 보여 준 셈이다.

 쌍방울 야구로 상한 속이 확 터지는 통쾌감이야말로 가장 먼저 치는 보상일 것이다. 시즌이 닥치면 농구경기로 또다시 신나게 될 것을 생각하여 저절로 몸안에 엔돌핀이 도는 것을 느낄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도 상당수 전북인의 건강한 삶에 끼치는 플러스 효과가 아니겠는가. 소위 지역민의 복지 기여다.

 그래서 웰빙 정책이 따로 없다. 스포츠가 웰빙이고 우승이 곧 웰빙의 증진이다. 오래간만에 보는 스포츠 우승 카퍼레이드는 그런 점에서 더욱 열광적 호응을 얻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의 개인 카퍼레이드는 왕왕 있었지만 군산상고 야구 우승때처럼 단체전의 챔피언으로 도민을 열광시킨 카퍼레이드는 근래에 없었다.

 KCC는 이번 우승으로 도민들의 마음에 강하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승리감을 만끽하게 한 쾌거이기도 하다. 뭣하나 시원한 것 없는 짜증스러운 일상에 카타르시스가 되고 즐거움까지 선사하였다면 KCC의 공적은 카퍼레이드를 받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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