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럴 때 서글퍼진다
나는 이럴 때 서글퍼진다
  • 승인 2004.04.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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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제17대 4·15 총선을 답답하고도 지루하게 지켜보면서 나는 서글픔을 느꼈다

 영남의 한나라당 몰표가 진정한 한나라당의 지지가 아닌 호남인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사적 반응이라고 한다면 나는 서글퍼진다

 호남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영남인의 한나라당 지지에 대한 반사적 반응이라고 생각될 때 나는 서글퍼진다

 민주당의 참패의 결과가 영남인의 반 호남 정서에 대한 열린 우리당의 표의 결집이라고 생각된다면 서글픔을 넘어 참담해진다

 민주노동당이 지역구에서 2석을 얻었음에도 불과하고 비례대표 지지율은 13%된 이유가 ‘민노당의 정책은 지지하나 출마자들의 저학력과 나보다 열등하기 때문’이라는 유권자의 표심이라고 생각될 때 나는 서글픔과 참담함을 넘어 비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선거때 우리는 지역주의에 얼마나 분노하고 절망했던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꿈과 희망을 소위 양김씨는 철저하게 배신했고 군사독재정권에 면죄부를 줬으며 그 부끄러운 부패와 치부의 대통령을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대통령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나는 당시 어느 신문기자가 표현한 넋두리를 기억하고 있다

 ‘아, 이로써 3김 시대는 끝나는가’ 라며 그 기자는 절규를 했다

 그러나 그 3김은 더더욱 철저하게 위장한 지역주의로 무장, 10여년 이상을 이 나라 정치권을 풍미하면서 두 사람은 대통령까지 지냈고 한 사람은 현재까지도 지역주의라는 태생적 결과물을 안고 여전히 정치권을 풍미하고 있음을 느낄 때 나는 서글퍼진다

 지역주의는 모든 선과 악을 지배하며, 모든 감정에 우선하는 이 나라의 선거풍토가 과연 옳은 것인가

 아무리 훌륭하고 정책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진 인물이라도 태생적인 지역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판단될 때 나는 서글퍼진다

 지난 1992년 대선 당시 자극적 언사로 지역주의를 부추겼던 사람, 군사독재 정권의 이론적 기반을 제시하고 민주 인사를 탄압했던 사람, 부패와 치부에 물든 사람들이 이번에도 지역주의에 빌붙어 또다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서글픔의 극한을 넘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말할 것이다. “나는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라고….

 지역주의에 편승한 후보가 탄생하지 못하도록 후보별로 지역구를 순환하여 선거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자판(自判)할 때 나는 서글퍼진다

 이번 총선을 바라보면서 과거의 지역주의가 눈으로 보이는 순진한 지역주의였다면 현재의 지역주의는 과거보다 더더욱 교활해지고 지능화 되어있음을 우리만 느끼지 못할 뿐 정치꾼 들은 이미 알고 있다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도 지역주의가 부활 할 수밖에 없음을 느낄 때 나는 다시 한번 서글퍼지고 또다시 선거에 대한 공포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이성순<군산지청 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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