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감독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감독
  • 노성훈기자
  • 승인 2004.04.22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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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과 불륜, 그리고 불법과 합법, 쾌락과 불쾌, 삶과 죽음으로 딱히 경계지어진 세계. 그런데 그 경계는 현실 속에서 얼마나 제대로 느껴지고 있는가?

 우리는 그런 의문을 제기한다. 모호한 세상 속에서 이러한 의문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경계를 넘어 뒤엉킨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늘 오후 7시 개막식과 함께 영화 ‘가능한 변화들’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개막작 ‘가능한 변화들’은 시나리오를 구상·집필한 민병국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이분법으로 나뉘어진 세상에 비판적 잣대를 들이댄다.

 그리고 이 영화는 변화를 말하지 말 것, 가능한 변화들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한다.<편집자 주>

 개막작  <가능한 변화들>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가능한 변화들’은 시나리오를 집필한 민병록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가능한 변화들’은 상대하고 있는 타자가 자주 화면에서 배제 되는 것처럼, 몇 개의 인물로 나뉘어진 한 존재의 모놀로그와 같은 영화다.

 일상은 근원을 알 수 없는 먼 곳에서 이미 시작돼 흩뿌려진 공기 속의 독소처럼 인물들의 내면을 잠식한다.

 그들은 하늘 아래와 바다 위, 절벽에 서 있다.

 공통적 절망의 벽 앞에서 고통 받는 인물들을 우린 많은 영화에서 보았고, 이제 그것은 진부하게 느껴질 수 조차 있다.

 그럼에도 이 벽은 현재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힘이고 ‘가능한 변화들’은 변화되지 않는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두 개로 나뉘어진듯 보이는 한 인물의 행적을 무덤덤히 바라본다.

 오랜 친구인 문호와 종규의 연애담이 두 개의 커다란 에피소드로 나뉘어 전개되지만 이들은 두 개의 에피소드 속에서 간간히 만난다.

 문호는 얼굴은 모르지만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어온 윤정을, 종규는 첫사랑의 연인 수현을 만난다.

 영화에서 어렸을 적부터 친구인 문호와 종규는 30대 중반에 들어, 젊음이 사라져가는 듯한 아스라함을 느낀다. 피카소 그림을 보러갔다 라면집에서 만난 여자와 2 : 1 섹스를 하게 되는 그들….

 사실 문호는 아내 외에 채팅으로 알게 된 여자가 있고, 종규는 대학 시절 사랑했던 첫사랑이 있다.

 문호는 어느날 전화를 받고 윤정과 처음 만나게 된다. “임신해!”를 외치며 하룻밤 섹스를 하는 이 둘….

 한편, 종규는 10년 만에 첫사랑 수현을 만나 호텔로 향한다.

 그러나, 이 두 커플은 전혀 만나지 않은 것처럼 영화는 흘러가는데…. 

 <민병국 감독>

 영화 ‘가능한 변화들’은 민병국 감독의 데뷔작으로 200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돼 영화를 만들 기회를 잡고 수년간 걸친 시도 끝에 2003년 영화로 제작했다.

 민 감독은 1996년부터 영화 ‘가능한 변화들’ 시나리오를 구상했으며 1998년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원도의 힘’에서는 조감독을 연출했었다.

 민병국 감독은 “영화는 결혼/불륜, 불법/합법, 도덕/부도덕, 쾌락/불쾌, 삶과 죽음으로 딱히 경계 지어지지 않는 우리 삶의 모호함을 다룬 영화”라며 “현실은 비현실이고 꿈이 곧 현실이고, 사는 건 너무 힘들기도 하고 쉽기도 하고, 사랑은 소중하기도 하고 별거 아니기도 하고, 종교는 무겁기도 하고 새털처럼 가볍기도 해 모든 것들에 대해 양면성을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민 감독은 “우리는 이러한 것들 속에서 욕망하며 부대끼고 힘들어 하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살아가는 의미, 우리 삶이 갖는 모호함과 그 근원적 고통의 의미,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종교적 구원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 영화는 묻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병국 감독은 1962년 생으로 대기업 종합상사를 다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능한 변화들’로 감독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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