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음악축제로 거듭나기를
종족음악축제로 거듭나기를
  • 승인 2004.05.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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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에는 놓을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일로 곤혹을 치르는 일이 생긴다. 2000년 프레대회를 시작하여 2003년까지 네차례의 시행착오로 호된 질타를 맞고 그 규모가 주먹 맞은 감투 우그러지듯 쭈그러든 채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추진되고 있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바로 그 애물단지가 아닌가 싶다.

1995년 제5대 전북도의회 본회의에서 본인은 도정질문을 통해 세계 민속음악축제 개최를 주장했으며 그 제의를 받아들여 추진과정에서 소리축제로 행사명만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7년 본인이 세계소리축제 운영위원장으로서 세계종족음악을 중심으로 40억 규모의 행사예산을 거의 자체수입으로 충당하고 도비 8억원만을 소요로 하는 행사계획을 수립하여 도지사의 결심이 확정된 바 있었으나 본인이 제6대 의회를 떠나있는 동안 그 계획이 백지화 된 채 정체불명의 축제로 변질되고 말았다.

네번째나 거듭된 축제실패의 요인을 요약해본다면 첫째 소리의 개념정립의 문제이다. 소리의 개념을 유럽음악을 총망라한 musical sound로 정립하고 있는 것은 본래의 개념에 전적으로 어긋나있다.

소리축제의 소리는 판소리의 개념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민중들이 전통적으로 면면히 이어온 전통음악의 소리(Sound of traditional music)나 민속음악의 소리(Sound of folk music)인 종족음악적 개념의 소리로 통칭되어 사용된 것이다 유럽음악을 음악(music)으로 지칭하고 기타 음악을 민속(folk)음악 또는 비(非)음악으로 폄하하고 있는 현실적 개념에서 소리의 개념을 musical sound로 정립한다면 유럽음악(music)이 축제 프로그램의 50%이상 또는 전체를 차지한다 해도 그 횡포를 막을 길이 없다.

종족음악학의 연구가인 존 브레킹은 모든 음악은 기능적으로나 구조적으로나 민속음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기에 유럽음악도 민속음악의 범주안에서 한 부분의 몫으로 참여 해야 하는 제한적 규정을 소리의 개념에서Sound of Ethnic or tradtional music으로 정립함이 옳을 것이다. 소리축제의 실패의 원인이 유럽음악 중심으로 기획 된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분산개최로 인해 관객유치에 혼란을 야기했으며 관객의 분산으로 성황된 축제분위기의 홍보적 효과를 상실함으로서 일반 관객들의 호기심을 위축케 하였다. 본행사 못지않게 사람구경을 우선으로 하는 축제의 본질을 외면한 이상론자들의 실패작이다.

셋째 실내행사 중심으로 개최됨으로서 옥외행사에 길들여진 일반 관객의 취향에 호응하지 못하여 잔치 분위기가 실종된 채 관객유치에 실패했다. 넷째 프로그램선정의 객관성과 정체성의 결여다. 주최국인 한국음악을 제외하고는 유럽음악도 민속음악의 한 몫으로 배분되어야 하며 한국음악 또한 15%~20%를 초과해서는 세계축제의 명분을 상실하게 된다.

프로그램 선정에 있어 각기 대표성을 무시하고 예술감독의 친불친이나 정실관계에 얽혀 선정의 객관성을 손상케 해서는 안된다. 다섯째 소리축제 추진을 주도하는 조직위 간부들의 전문성을 배제한 구색 맞추기식 구성으로 소리축제의 정체성에 대한 분별력을 상실하고 그 본질을 읽지 못한 오류가 전시효과적 편향인 예술감독의 정체성 훼손을 견제 하지 못했다. 여섯째 주어진 도비 지원예산에만 매달려 문화산업적 축제로의 발전적 의지는 추호도 찾아볼 수 없는 안일 무사주의가 세계축제를 동네잔치로 위축시켜놓았다.

2003년도 소리축제는 도비 23억원 예산에 입장수입 5천6백만원에 불과하고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입장료 17억원 휘장광고 수입 23억원 국비 40억원 등 108억원 수입에 총 행사비에 96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대구 문화엑스포는 입장수입 94억원을 포함한 자체수입 132억원과 국비 60억원 등 232억원의 총 예산 중 총행사비 134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1백억원 정도를 차년도에 이월한다.

전북은 제1회 축제 때 18억원의 국비보조를 받은 뒤 제2회 3회 축제에서는 국비보조가 단절된 채 도비지원만으로 축제를 마쳤다. 국비보조와 자체수입 마련대책에 대해 전북도 당국은 손을 놓고 이웃 시·도의 계책을 흉내라도 낼 수 없었는지, 그리고 도내 국회의원님들은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었는지를 묻고 싶고 조직위의 무능한 대처 또한 책임을 벗어 날 수 없다고 본다.

원칙이 무너지면 결과가 없고 열정이 없는 일은 실망을 낳는다. 이상의 여섯 가지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비상수단을 가한다 해도 성공적인 소리축제는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황병근<전북예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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