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가정, 사회공동체의 붕괴
무너지는 가정, 사회공동체의 붕괴
  • 승인 2004.05.1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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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신록과 함께 화목한 가정의 정겨움이 맨 먼저 떠올라야 할 가정의 달 5월에 ‘우리 속 동물’처럼 자녀를 방치하고 또 부모에게 폭행을 휘두르는 자식들의 뉴스가 충격으로 다가온다. 부끄럽고 착잡하다.

가정이 화목해야 만사가 잘 풀린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우리의 5월은 가정과 관련하여 기념하는 날이 유난히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이 모두 5월에 있어 자녀에 대한 사랑과 부모님, 스승에 대한 존경으로 분주한 한달을 보낸다.

우리는 왜 굳이 어느 한 날을 지정하여 기념하고자 하는 것일까? 사랑과 존경은 어느 특정한 날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일상 생활화 되어야할 덕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바쁘게 움직이는 21세기 사회에서 개개인은 공동체에서 벗어나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가정을 벼랑 끝 위기로 밀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의 가족과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자는 의미에서 여러 기념일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고, 자식이 부모를 못살게 구는 패륜을 저지르고, 부부싸움이 이혼과 죽음을 부르는 가정해체적 불화현상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파괴현상은 외부의 제3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가족구성원 사이의 불화와 갈등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더 나아질수록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된다는 것은 우리의 질 높은 삶과 물질의 풍요는 반비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극도의 개인주의에 빠져 위기를 불러온 셈이다.

예전의 대가족제도하에서는 자연스럽게 공동체정신을 배워갈 수 있었다. 가정교육과 충효교육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훌륭하게 이루어졌다. 이른바 자식을 사랑하고 부모와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이 체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가정은 가족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단절되고 파편화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맥경화에 걸린 가정 내 의사소통

한편, 자식에 대한 사랑과 부모, 스승에 대한 존경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이 아니고 물질에 의해 대체되어 형식과 행사에 머물러버리는 세태가 안타깝다. 모든 것이 돈으로 평가되는 물신주의세상에서 참인간을 찾기란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요즘의 가정은 부부간, 부모와 자식간의 소통이 꽉 막혀 마치 동맥경화에 걸려버린 모습과 흡사하다. 좀 심하게 말하면 요즘의 가정은 가정의 생명인 공동체정신이 빠져있기 때문에 가정이라고 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

사회와 국가의 근본이고 공동체의 근간인 가정이 바로서야 행복한 사회가 이룩될 수 있는 것이다. 매일 언론의 주요뉴스의 상당부분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과 사고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사건, 사고의 대부분이 가정의 불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정의 불화가 원인이 되어 그 사람들이 몸담고 있는 직장과 조직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사회, 국가에도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되어 있다. 이러한 현상은 공동체의 최소단위인 가정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정의 회복을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위기의식을 갖고 ‘가정구하기’를 최우선과제로 삼아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양보와 관용과 나눔과 섬김이 생활화되도록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 어린이는 어른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노리개가 아니며, 어버이는 자식들에게 돈만 대주는 기계가 아니다. 스승은 단순한 지식장사꾼이 아니며, 성년은 스무살이 되었다는 수리적 계산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5월의 많은 기념일들은 공동체의 소중한 존재로 거듭나는 날이 되어야 하고, 이를 계기로 5월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사랑과 존경이 넘쳐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하겠다.

정세균<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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