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수염
  • 승인 2004.05.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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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염(鬚髥)은 입가에 나는 털을 이르는 ‘수(鬚)’ 와 빰턱에 난 털을 이르는 ‘염(髥)’으로 이루어진 한자말로서 입가나 빰턱에 난 털 전체를 두루 다 이르는 말이다. 구레나룻은 귀밑에서 턱까지 잇달아 난 수염을 이르는 말인데, 구레는 소나 말의 대가리에 씌우는 물건을 나타내는 굴레의 옛말이며, 나룻은 수염의 고유어다. 결국 구레나룻이란 굴레처럼 난 수염이란 뜻이다.

 ▼우리 선인들은 수염을 몹시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며, 노인들은 희고 깨끗한 수염을 특히 자랑했다. 지체 높은 사람들은 영예와 남성의 우월함을 나타내는 표지로 수염을 상징했다. 그래서 수염이 있는 사람은 무한한 찬사를 보내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수염이 없는 사람은 여자를 비롯하여 업신여김을 받았다. 로마인들은 수염이 많은 사람은 ‘바바리안(수염 난 사람)’ 이라고 야만인 취급을 했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수염을 석자나 길러 위엄을 상징케 했고 인도의 어느 성자는 수염이 10여 미터에 이르러 그것을 머리에 둘둘 감고 다녔다는 기록도 있다. 또한 러시아의 피오 토르 대제는 수염세를 거둬 들이기도 한 황제로 유명하다. 그는 러시아 사람들이 수염을 기름으로써 위생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격적으로 느리고 깨끗지 못한 인상을 풍기기 때문에 이런조치를 취했다.

 ▼역사상 수염으로 인해 엄청난 결과를 빚은 사례도 없지 않다. 고려할 때 무신난이 벌어진 이유도 수염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 무신의 수장인 정중부가 고려의 세도가 김부식(金富軾) 집에 들렸을 때 김부식의 손자에 의해서 그의 수염을 태운 수모를 당했다. 이것이 고려무신난의 동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신시절 재계의 총수요 정치계 거물인 모씨가 항명파동으로 정보부에 끌려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을 뽑힌 일이 있다. 그로 인해 그는 결국 그는 못해 일직 작고하고 말았다.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 자기의 상징이 있다. 그것은 또한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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