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76>입이 저절로 벌어져
평설 금병매 <76>입이 저절로 벌어져
  • <최정주 글>
  • 승인 2004.05.30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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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76>

반금련이 손이 닳도록 빌었으나 무대는 막무가내였다.

“내가 모를 줄 알고, 넌 장부자하고도 그랬어. 나하고 혼인을 하고 나서도 장부자하고 붙어 먹었어. 서문경이라고 다를 것이 뭐야? 그 놈이 사주는 맛 있는 음식에 반하여 가랑이를 벌려주었는지 누가 아느냐구? 너같은 년은 죽어야해. 내 손으로 죽이고 말거야.”

무대가 반금련의 머리를 침상 모서리에 몇 번 쥐어 박았다.

“아니예요. 사실대로 말할께요. 그래요. 서문나리를 만났어요. 서문나리가 와 계시다고 왕할머니가 오셨어요. 당신이 잠 든 사이에 잠깐 다녀오려고 갔어요.”

“그 놈을 만나서 무슨 짓을 했어?”

“아무 짓도 안 했어요. 그냥 약을 주시길래 받아가지고 왔어요.”

“약을?”

약이라는 말에 무대가 머리채를 놓아주었다.

“그래요. 낮에 당신한테 미안했다구요. 서문나리가 직접 오시고 싶었으나, 당신이 어찌 생각할까 걱정이 되어 왕할머니를 보내 절 부르셨더라구요. 낮에 당신을 진맥했잖아요. 그 분은 엄청 큰 약방을 하시는 분이잖아요. 약방에 의원을 따로 두고 있기도 하구요. 당신 가슴 아픈데 좋은 약을 지어왔대요. 그걸 주시면서 나한테 그랬어요. 본의 아니게 되었다구요.”

“정말이야? 약을 받아왔다는 것이?”

무대가 약을 찾느라 눈을 두리번거렸다.

반금련이 할 수 없이 침상 밑에서 약봉지를 꺼내어 보여주었다.

“보세요. 여기 약이 있잖아요. 당신이 마시는 탕약과 함께 들면 좋대요.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당신 몸이 나으면 사과하는 뜻에서 술을 한 잔 사겠다구요. 기생들이 있는 청루에서 거창하게 한 잔 사겠다고 하더군요.”

“청루는 무슨. 그냥 술집에서 홍주나 한 잔 사면 되지. 내가 서문나리한테 심하게 했군. 잡놈이긴 해도 사람은 좋다고 소문이 났던데.”

“그럼요. 그 분이 이웃들한테 얼마나 인심을 얻고 산다구요. 병자에게는 약을 공짜로 주기도 한 대요.”

“그런 분이니까, 나한테도 약을 보내셨겠지. 사과는 내가 해야겠는 걸.”

“그래요, 그럼. 술은 서문나리한테 사시라고 하고, 사과는 당신이 하세요. 하루라도 빨리 무송 도련님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도련님도 함께 술을 마시면 서문 나리가 도와줄 일이 있을지 어찌 알아요.”

무송이라는 말만으로도 무대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아직 서울에 도착하지도 못했을텐데? 걸음이 빠르니까 다른 사람보다는 빨리 올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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