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81>몸이 뜨거워지고...
평설 금병매 <81>몸이 뜨거워지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4.06.04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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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금련의 봄 <81>

그 날이 천천히 오기를 바라지만, 나리가 다른 여자한테 정을 주신다고 해도 투기하지 않겠어요. 절 버리지만 않고, 가끔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사랑만 해주신다면 나리의 여자로 살겠어요.”

반금련이 가냘픈 어깨를 파들거렸다.

그 어깨를 꽉 껴안으며 서문경이 속삭였다.

“또 부인을 안고 싶소.”

“저도 그래요. 나리가 내 안으로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몸이 뜨거워지고 있어요. 나리는 못 느끼나요?”

“그럴 리가 있소? 진즉부터 알고 있었소. 안타깝구려. 사랑하는 부인을 이렇게 곁에 두고도 안을 수가 없다니.”

“간절함이 크면 기쁨도 클거예요. 지금은 참아요, 우리.”

“그럽시다. 왕노파가 검시역 하구한테 먼저 들린다고 했으니까, 곧 나타날 것이요. 검시역이 머라고 묻건 절대로 당황하면 안 돼요. 가슴이 아파서 탕약을 닳여 먹였다고 하시오. 다른 말은 절대 하지 마시오.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리다.”

“고마워요.”

“이건 부인만의 일이 아니잖습니까? 부인 일이 내 일이요. 고마워할 것 없소.”

“그래두요. 그래두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예요.”

“상가에서 눈물은 많이 흘릴수록 좋소. 어서 통곡을 하시구려. 곧 검시역이 올 것이니, 슬프게, 큰 소리로 통곡을 하시오.”

서문경이 반금련을 가슴에서 밀어냈다.

왕노파가 검시역부터 불렀는지 아침부터 입에서 술냄새를 풍기며 하구가 나타난 것은 골목에 햇살이 퍼지기 전이었다. 반금련이 더욱 큰 소리로 울음을 쏟아냈고, 서문경이 하구를 맞이했다.

“검시역나리께서 아침부터 바쁘시구려. 하지만 어쩌겠소? 검시역께서 검시를 해야 입관을 할 것이 아니요.”

“아니, 서문나리께서 여기엔 어쩐 일이십니까?”

“이웃간의 정이 아니겠소? 고인과도 오다가다 만나면 술잔을 나누던 사이였고 말이요.”

서문경의 말에 하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떡이나 팔러 다니는 무대와 청아현의 소문난 부자인 서문경이 친교가 있었다는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무대가 비록 골골하기는 했어도 쉽게 죽을 사람같지는 않았는데, 뜻밖이군요.”

하구가 염을 해놓은 무대의 주검을 기웃거리며 말했다.

“사람의 목숨처럼 부질없는 것이 어딨겠소? 저녁밥 잘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가도 아침이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사람 목숨 아니요.”

“하기사, 파리목숨보다 못한 것이 사람 목숨이지요.”

하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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