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거리 감시 확대와 감시체제의 일원화가 필요
먹을거리 감시 확대와 감시체제의 일원화가 필요
  • 승인 2004.06.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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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터진 불량만두사건 이후에 해외이민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 나라에서는 불안해서 못살겠다는 것이다. 과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먹고살기 힘들어서 조국을 등지고 이민을 떠나는 동포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에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는가 하면 북한과의 관계 악화로 전쟁위험이 느껴질 때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치다시피 이민을 가는 사람들을 보고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었다. 태어난 나라를 등지고 떠나는 이유는 우리에게 애증과 같이 달리 느껴지지만 두 경우 모두, 이민을 떠나는 동기를 우리로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불량만두사건으로 인한 먹을거리 불신 풍조의 확산, 그로 인한 이민바람은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점에서 애석함을 금할 수 없다.

부정·불량식품에 대한 문제, 사실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동안 크고 작은 부정?불량식품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였지만 소비자들이 모르고 지나간 것도 있고 신문 한구석에 조그마하게 게재되어 그다지 크게 사회문제가 되지 않고 지나간 것들도 있다. 이번에 적발된 불량만두 제조 회사 18개 중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경력이 있는 회사가 무려 11개라고 한다. 특히 몇몇 회사는 매년 한차례 이상 상습적으로 위법행위를 저질러 왔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불량만두 제조가 최근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 식품회사는 2001년에 이번에 문제가 된 불량만두소를 사용하다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으며 다른 모 식품회사는 1997년에 만두에서 대장균이 검출돼 15일간 영업정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위반사항이 적발되어 처벌을 받았는데도 왜 같은 범죄가 재발하는 것일까. 바로 처벌이 솜방망이 이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유기징역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업정지를 받았다 해도 과징금으로 대치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과징금이 그렇게 부담되는 정도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적발이 안되면 다행이고 적발이 되었다 해도 싼 불량재료를 사용하여 남긴 이익의 일부로 과징금을 해결하면 그만 이라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단속이 허술한 것도 문제이다. 부정?불량식품 단속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행정규제완화와 구조조정으로 식품위생감시 공무원의 수가 대폭 줄었다. 전라북도청의 경우, 1998년에 21명이었던 위생감시원이 현재는 6명에 불과하다. 위생감시원이 식품제조업체만을 담당하는 것도 아니다. 식품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 유흥주점, 이용실, 미용실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율성의 부여도 좋고 구조조정도 좋지만 모든 제도를 획일적으로 적용하여서는 안 된다. 식품위생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것이다. 특히,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식품위생감시 시스템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강화했어야 했다. 식품위생감시 시스템의 보강을 위해서는 식품위생감시 인력의 확보가 급선무이다. 부족한 위생감시 공무원을 대신하여 민간인으로 구성된 명예식품위생감시원의 활동 강화도 고려해 볼 만한 하다. 그러나 전문성의 부족, 제한된 권한 그리고 불명확한 책임의 범위 등으로 인하여 사실상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식품위생감시 전담 공무원의 보강이 절실히 요구된다.

식품안전관리체계가 7개 부처로 다원화되어 있는 것도 문제이다. 품목에 따라서 그리고 재료를 가공 여부에 따라서 식품안전관리 책임이 농림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산업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세청 그리고 교육부 등으로 분산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체계적인 지도?단속은 고사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여 작은 불씨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얼마 전부터 학계와 소비자단체에서는 식품안전관리를 전담하는 국가식품안전위원회를 신설하여 식품안전관리 체계의 일원화를 주장하여 왔다. 이번 불량만두 사건을 계기로 국가식품안전위원회의 설립이 현실화되었으면 한다.

주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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