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교육감 선거를 위하여
향기로운 교육감 선거를 위하여
  • 태조로
  • 승인 2004.06.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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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는 선거로 실천되고, 그래서 선거는 민주주의의 생명이다. 이렇듯 선거라는 것이 우리의 삶의 기본틀임에도 불구하고 자수성취(自手成就)한 것이 아니어서 인지는 몰라도 이를 매우 귀하게 여기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의 선거양상이나 투표율을 보면 이를 짐작 할 수 있다. 앞으로 있을 7월 19일 우리 도의 교육감 선거를 계기로 주권자인 국민의 공공책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본인은 지난 4년전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당사자로서 그 체험과 반성을 기초로 유권자와 후보 예상자들에게 몇가지 제언 하고자 한다.

첫째, 후보예정자들은 지금이라도 출마에 대한 분명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등록 후 10일 정도에 걸쳐 아주 제한된 선거운동만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언론이나 시중여론에서 거명되는 후보 예상자들은 상당히 일찍부터 출마의사를 드러내지 않을채, 각종행사에 참석하여 얼굴을 알리거나 자기 사람들을 학운위 위원으로 포진시키는 등, 음성적인 활동으로 선거기반을 닦아 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사실상의 선거운동은 이처럼 후보등록 이전에 이미 보이지 않게 하고 있는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후보자가 등록 후 10일에 걸쳐 토론이나, 권역별 연설회, 홍보물 배포 등의 법정 선거운동을 통하여 비로소 표면에 나타난다는 것은, 일반주민이나 학부모 그리고 학운위원의 입장에서 볼 때에 후보에 대한 과거행적·사회적 능력·직무관련 전문성 등 인물선택에 필요한 검증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후보로서 확실한 공개적 의사 표명이 안된 사람에게 공개적인 사회적 검증이나 인물 공론화 등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후보 예상자들은 갖고 있는 공직을 사전 사퇴해야 한다. 현직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에 나선다면, 그가 맡고 있는 본연의 직무에 본의 아니게 불가피한 태만이나 불성실해질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선거에 몰두하느라 공적 직무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납세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이것은 바로 본연의 직무에 써야 할 시간, 경비, 노력 등을 유용(流用)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거명되는 후보 예상자들 가운데에는 그 공직의 지위가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어 공정 게임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

셋째,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선거준비를 위한 행위는 용인되고 있다. 선거운동은 후보 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공정하고 투명한 선택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금품 등 불법선거가 아닌 한 후보공개에 필요한 출마의사 표시나 선거준비 행위에 대하여는 관계기관도 과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유권자들에게 한가지 상기 시켜 드리고자 한다. 본인은 지난 4년전 교육감 선거에서 15개 선거구중 10개 선거구에서 승리하고 5개 선거구에서 패배하여 38표차로 낙선 하였다. 이것은 특정 지역의 몰표 때문이었다.

교육감의 지위는 전라북도 교육 전체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책임진 자리이다.

초·중등 교육에 관한 전문성과 과거 행적, 그리고 반듯한 공공정신 등 교육감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여 판단할 일이지 지역감정이나 학연,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할 일이 아니다. “염주만 들었다고 다 중이 아니다”는 속담이 있듯, 교육계에 몸담았다고 다 교육행정의 책임자로서의 자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후보의 경력과 행적을 꼼꼼히 살펴 선택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의 투표권은 청룡도(靑龍刀)와 같은 것이다. 4년만에 꺼낸 보검을 부엌 칼로나 수박이나 잘라 먹는 칼로 쓸 수 있겠는가. 모든 유혹을 자르고 국가와 교육을 지키는 공공의 검으로 써야 하지 않겠는가. 학운위 위원들로 구성된 교육감 선거인단은 어느모로 보나 엘리트 집단이다. 격(格)과 예의 염치가 살아있는 선거의 본을 보여 주기를 학부모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제 우리 교육에 오랜만에 향기를 뿌려 보자.

최이식<백제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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