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00>숫처녀였다는 징표
평설 금병매 <100>숫처녀였다는 징표
  • <최정주 글>
  • 승인 2004.06.27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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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문의 법칙을 넘어 <13>

미앙생이 중얼거리며 미리 준비해놓은 물수건으로 제 물건을 닦았다. 하얀 명주 수건에 붉은 핏자국이 선연했다. 언젠가 숫처녀는 처음 관계를 맺고 나면 혈흔이 남는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었던 미앙생이 흡족하게 웃으며 옥향의 다리를 묶어놓았던 끈을 풀어냈다.

옥향이 정신을 차린 것은 미앙생이 합환주로 들여놓은 홍주를 혼자서 두어 잔 홀짝거리고 난 다음이었다. 신부를 안을 욕심에 합환주 먹는 것도 잊고 있다가 방사가 끝나고 나니 목이 탔던 것이었다.

“어머, 제가 따라드려야 하는데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앉아 수줍게 웃던 옥향이 이, 이것이 웬 피래요? 하고 놀라 소리를 질렀다.

“그대가 숫처녀였다는 징표요.”

“하면 이 피가 제 몸에서 나온 것이란 말예요?”

“그렇소. 생살을 찢었는데 어찌 아프지 않을 것이며, 어찌 몇 방울의 피 또한 흘리지 않겠소. 고맙소. 그대도 한 잔 하구려.”

미앙생이 홍주 한 잔을 권했다.

대강 옷을 추슬러 입은 옥향이 다탁으로 다가왔다. 몇 걸음 안 되는 짧은 거리인데도 옥향의 걸음이 어기적거렸다.

다음날 새벽이었다. 곤한 잠에 빠졌던 미앙생이 작은 인기척에 눈을 떴다. 한 손에는 촛불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미앙생의 물건을 잡고 들여다 보고 있던 옥향이 어머나, 하며 엉덩이짓으로 물러앉았다.

“일찍 깨었구려.”

미앙생이 신부가 무참하지 않도록 무심한 낯빛으로 말했다.

“참으로 신기해요. 제가 만지작거리자 저절로 커졌어요. 서방님은 자고 있는데도 저 혼자 잠이 깨어 커졌어요.”

옥향이 갈증이 서린 눈빛으로 미앙생을 올려다 보았다.

“원래 그 놈은 그런 놈이요. 체면이고 염치고 없는 놈이요.”

미앙생이 붉게 닳아오른 옥향의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머,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저한테는 참으로 소중한 것이랍니다. 어제밤에야 겨우 깨달았어요. 앞으로 이것이 저를 행복하게 해줄 것을요. 처음에는 아팠지만, 나중에는 고통을 보상하고도 남을만큼 즐거웠어요.”

옥향이 고개를 끄덕이는 놈의 번들거리는 머리통에 가만히 볼을 부비며 한숨을 내쉬었다. 놈에게 한 차례 더 얻어맞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미앙생이 말했다.

“하긴 당신 말이 맞소. 그 놈이 비록 귀도 눈도 없는 놈이지만 다섯 가지의 도를 아는 놈이요.”

“다섯 가지의 도요? 하면 군자라는 말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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