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시인 올곧은 詩心 되살아난다
신석정시인 올곧은 詩心 되살아난다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07.18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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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정은 적극적으로 현실을 개조하려는 지사(志士)로서의 기질은 아니었을지라도 멍든 역사와 얼룩진 현실을 거부하려는 선비적 기질을 가진 시인이었다”(채수영·한국현대시의 색채의식 연구)

  “그는 한국 최초의 전원시인으로 소재를 거의 자연과 농촌에서 구했고, 목가적·전원적·명상적인 독자적인 세계를 개척한 시인이다”(조남익·한국현대시해설)

  “시의 사상적 깊이와 진폭에 있어서는 만해, 지용, 영랑을 능가해 가고 있다”(박두진·한국현대시인론)

  신석정 시인 앞에 붙은 다양한 수식어구다. 선생의 올곧은 시심이 올 가을 전북을 물들인다. 올해는 시인이 서거한지 30주년이 되는 해. 그가 빚어낸 시심과 시인을 추모하는 문인들의 시세계가 더해져 아름다운 문학의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편집자 주> 

 지난 7월 6일은 신석정 시인의 작고 3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이 시기에 맞춰 석정문학회와 전북문인협회, 전북작가회의 등 도내 문학단체가 힘을 모아 ‘신석정 시인 추모 문학제전위원회’(공동위원장 허소라·김남곤)를 결성, 선생의 시심을 일깨우려는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이번 결성은 전국 최초로 각자의 색깔과 노선에서 활동해온 문학단체가 역량을 결집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신석정 시인 추모 문학제전위원회는 강현욱 도지사와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를 명예위원장으로 하고 이병훈 시인 외 15명이 고문에, 아동문학가 서재균씨가 자문위원에 위촉된 상태며 허소라·김남곤씨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정양·오하근·이가림·양규태씨가 부위원장으로 실무를 담당하고 전북문협 소재호 회장과 전북작가회의 김용택 회장이 집행 위원장으로 활동케 된다.

 제전위는 “당초 시인의 작고 30주기에 즈음해 행사를 개최키로 했지만 계절적 요인 때문에 주요 행사는 오는 9월 3일부터 9일까지 전북 예술회관과 부안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모 행사에서는 예술회관 1층 1실에서 시인과 관련한 유품과 친필 시화, 대표시, 역대 간행 시집, 시인의 대표적 유영이 전시된다. 또한 석정 시인이 군산 교대에서 강의한 내용이 담긴 육성을 행사장 안에서 들려줌으로써 시인의 올곧은 시심을 일반인에게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신석정 시세계가 신동욱씨와 사위인 최승범씨, 허소라 시인에 의해 되살아난다. 4일 오후 마련된 문학특강에서 이들은 곁에서 가까이 지켜봐 온 선생과 문학적 특징을 들려준다.

 시인의 문학적 고향인 청구원 일대와 해창 시비 등을 돌아보는 문학기행(5일)도 마련된다. 시인의 3남인 신광연씨와 오하근·양규태씨가 해설진으로 참여한다.

 제전위원회는 시인의 문학세계와 시정신을 계승발전키 위해 단행본 간행을 추진 중이다. 추모 문집으로 꾸려지는 단행본과 함께 기념우표 발행 등을 기획하고 있다.

 같은 시기 시인의 향리인 부안에서는 추모음악제와 기념백일장, 석정시 낭송회, 추모 문학강연, 청구원 등 탐방이 펼쳐질 계획이다.

 문학제전위가 기획중인 최대 사업은 석정 문학관 건립. 이에 따라 제전위는 1회성 행사를 위한 모임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대, 문학관 건립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아울러 석정 시인의 시집 5권과 미발표작 등을 한데 모은 전집 간행에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허소라 제전위원장은 이번 모임과 행사가 석정 시인의 시세계를 조망하는데 문학계에 바람직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 위원장은 “신석정 시인은 그동안 목가 시인으로 알려져 왔지만 그는 사실 참여적 시도 상당수 발표해 왔다”면서 “진정한 시인의 작품세계가 이번 기념 행사를 통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석정문학회와 전북문학협회, 전북작가회의가 합심해 마련한 이번 행사는 전북 문단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며 한국문단에서 획기적인 흐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석정(1907∼1974) 시인은>

 전북 부안(扶安) 생. 본명 석정(錫正). 키가 크고 코가 늘씬한 석정은 마도로스 파이프를 물고 술을 즐기던 멋쟁이였다. 좌우명이 지재고산유수(志在高山流水)로 뜻을 항상 저 높은 산과 흐르는 물, 즉 지조에 두었던 듯 하다.

 1931년 ‘시문학’지 3호부터 동인으로 참여하면서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 그 해에 ‘선물’, ‘그 꿈을 깨우면 어떻게 할까요’ 등을 발표했고, 계속 ‘나의 꿈을 엿보시겠습니까’, ‘봄의 유혹’, ‘어느 작은 풍경’ 등 다양한 시를 발표했다.

 이어 ‘문학’지에 ‘너는 비둘기를 부러워하더구나’ 등 목가적(牧歌的)·서정적 시를 발표하기 시작, 한국 최초의 전원 시인(田園詩人)이 되었다.

 전주고등학교, 전주상업고등학교 교사, 전북대학교 및 영생(永生)대학 교수, 전북 문총위원장(文總委員長), 예총위원장(禮總委員長) 등 역임하고 향리(鄕里)에서 교원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떴다.

  노장철학(老莊哲學), 도연명, 타고르와 한용운에 심취해 자연에 귀의하려는 시를 추구했다. 5권의 시집, 한시 번역집이 있다. 전주시 문화상(1965), ‘산의 서곡’으로 한국문학상 (1968), 문화포장(1972), 한국예술문학상(1973) 수상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촛불’(첫 시집), ‘슬픈 목가’(제2시집), ‘빙하’, ‘산의 서곡(序曲)’, ‘대바람소리’, ‘난초 잎에 어둠이 내리면’과 역서(譯書) ‘중국 시선(中國詩集)’, ‘매창 시집(梅窓詩集)’이 있고 기타 저서로 ‘고금 명시 감상(古今名詩鑑賞)’(이병기 와 공저)이 있다. 석정은 4남3녀를 두었으며 큰 사위 최승범 전북대 명예교수가 시인으로서 그의 뜻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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