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휴가는 팜스테이로
올 여름휴가는 팜스테이로
  • 승인 2004.07.2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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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5일제 근무가 시작되면서 주변 사람들이 여름 휴가계획을 세우느라 고심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 산과 바다를 향해 친구나 직장 혹은 가족 단위로 떠날 채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경기침체로 선뜻 집밖을 나설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겐 올 여름 알뜰 휴가계획으로 팜스테이를 권하고 싶다.

팜스테이는 농가에 체류하면서 체험하는 휴가, 즉 체류형 농가민박을 말한다. 체류형 농가민박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영국이 선두주자다. 도시생활에 지친 이들에게는 전원에서의 휴가를 통해 재충전의 기회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는 계기를 주며, 아이들에게는 조상들의 생활지혜와 자연세계의 신비함을 배울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농촌관광 혹은 그린투어리즘의 한 요소로 자리 매겨지는 팜스테이가 농민들에게도 중요한 소득 창출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웃 일본에서는 농촌활성화의 수단으로 농촌관광이나 팜스테이가 활용되기도 한다. 도시민과 농촌인이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정보교환을 통해 농촌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찾자는 일종의 도농교류를 통한 공동체회복 운동인 것이다. 한국과 다른 점은 팜스테이가 개별 농가단위가 아닌 마을단위로 행해진다는 점이며, 그 때문에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주어진다.

과거의 대량관광은 풍요로운 시기의 관광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호텔, 대형리조트, 골프장과 같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환경을 파괴하고 농산촌을 황폐화 시켰다. 또한 개발로 인한 이익이 역외로 유출되어 지역경제에 아무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폐해만을 노정시킨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업주의적 관광사업과 개발에 대한 비판과 반성으로 오늘날의 농촌관광은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사회적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하나는 농산촌개발이 주민참여와 연대에 의한 내발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도시민이 자연 속에 머무르면서 농민들과의 인간적 교류를 통해 자기를 재충전하는 체재형 혹은 체험형 여가활동이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농산물 수입자유화가 가속화되면서 농업 농촌의 위기가 이야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안전한 음식, 여가와 교육, 복지, 거주의 장소로서 농촌을 선호하는 가치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농업 농촌이 갖는 다면적 가치로서 OECD국가들도 사회적 보상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것들이다. 흔히 관광하면 “보고, 먹고, 놀고”라는 세 가지 중심어를 떠올리지만, 일본관광공사에서 발행하는 잡지 “루루부”는 “만들다, 이야기하다, 배우다”의 끝 글자를 따서 표제로 만들만큼 오늘날의 관광이 갖는 의미는 변하고 있다. 팜스테이는 농가에 머물면서 농민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서로 이야기하며 배운다는데 얻는 바가 크다. 그것은 관광이 도시민에 대한 일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 스스로도 농촌생활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않으면 도시민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도시주민의 농촌에 대한 관심은 위안, 레저의 개념에서 앞으로는 학습과 심신 치유의 장으로서 농업 농촌이 갖는 다면적 가치를 살리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일본에서 농가민박을 경영하고 있는 한 농민 부부는 모친, 그리고 결혼한 아들 내외와 함께 살면서 도회지의 친구들이나 친지들이 쉬고 가는 교류를 해오고 있던 차에 이를 확대하여 농가민박, 시골체험, 회원제 교류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도시민에게는 “빈 시간과 빈 장소”를 제공하여 “자신의 생활을 깨지 않도록 무리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즐거워 도시인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부의 농가민박 신조는 (1)마음을 다하여, (2)친절함과 진심으로, (3)사랑으로, (4)만남을 중시하고, (5)스스로를 중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팜스테이를 운영하는 우리나라 농가들이 경청할 필요가 있는 말이다.

그러나 도시민이 농촌을 찾게 만드는 데는 아름다운 지역, 매력있는 지역 만들기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개별 농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마을단위의 노력이나 행정의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경관을 무시하고 무계획적으로 난립한 건물, 도로, 훼손된 자연은 도시민을 부를 수 없다.

서점에 가보면 전국의 팜스테이 농가를 소개한 책자도 눈에 띠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팜스테이 농가를 찾아볼 수 있다. 도시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사랑스런 자녀들에게 자연과 친숙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서도 올 여름 휴가는 꼭 팜스테이를 한 번 해보길 권하고 싶다. 휴가기간에 농촌에 계신 노부모나 친척을 찾아보는 것도 오랜 만에 가져보는 즐거움이 아닐까?

송정기<전북대 사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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