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133>여자를 밖으로 불러내어 즐길 요량
평설 금병매 <133>여자를 밖으로 불러내어 즐길 요량
  • <최정주 글>
  • 승인 2004.08.02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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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문의 법칙을 넘어 <46>

허리가 호리낭창한 여자를 안고 그녀의 감청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한 달이 걸려도 좋았다.

“좋은 쇠도 구해야하고, 쇠가 단단해서 달구고 벼리는데도 며칠이 걸리고, 그 짓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하니까, 최소한 보름은 걸리겠는데요.”

주인 사내가 말했다.

“단도 한 자루 만드는데 보름이나 걸립니까?”

미앙생이 속으로는 보름이면 어떻게든 여자를 안을 수 있겠지,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니냐는 투로 물었다.

“다른 일은 작파하고 밤낮으로 만들어도 그 정도는 걸립니다.”

“좋소.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소.”

순간 어떤 생각이 스쳐간 미앙생이 말했다.

“무슨 조건인뎁쇼?”

사내가 뜨악한 표정으로 올려다 보았다.

“노형 혼자서 단도를 만들어야합니다.”

미앙생의 말에 사내가 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혼자서 말입니까?”

“그렇소. 은자 한 냥짜리 단도라면 대단한 값어치가 있는 것이요. 또한 우리 가문에서는 하다못해 부엌칼 한 자루라도 여자의 손길이 간 것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장간의 일은 아무래도 사내들의 일이 아니겠소? 더구나 내 목숨을 지킬 단도인데 부정한 여자의 손길이 닿게 하고 싶지 않소. 노형 혼자 풀무질을 하고 망치질을 하고, 달구고 벼리고 하시오.”

“꼭 그래야만 합니까? 내 아내는 나보다 더 대장간 일을 잘 한답니다. 솜씨도 나보다 낫지요.”

사내가 망설였다.

“꼭 그래야만 하오. 그럴 자신이 없으면 포기를 하시오.”

속셈이 따로 있는 미앙생이 고집을 부렸다. 사내가 단도를 만드느라 땀을 흘리는 사이에 자신은 어떻게든 대장간의 도라지꽃 같은 여자를 밖으로 불러내어 즐길 요량이었다. 그런데 사내가 단도를 만들면서 자기 아내를 곁에 둔다면 여자와의 만남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었다. 단도를 만드는 동안에 여자를 품지 못한다면 장도를 다시 만들게 해서라도 여자를 품어야 직성이 풀릴 것이었다. 은자를 서너냥 더 쓴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은자가 떨어지면 장굉을 시켜 본집에서 받아오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은자를 한참동안 들여다 보고 있던 사내가 말했다.

“좋습니다, 혼자서 만들지요. 내 마누라는 대장간 근처에는 오지도 못하게 하겠소.”

“약속했소? 내 시종이 단도가 완성되는 그날까지 대장간을 지킬 것이요. 노형의 아내는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시오. 여자의 그림자만 비쳐도 단도가 부정을 탈지도 모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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