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쌍백합 요한 루갈다
<공연리뷰> 쌍백합 요한 루갈다
  • 강영희기자
  • 승인 2004.09.10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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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숨과도 바꾸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 그러한 사랑이 지금 이 시대에 현존할까?

 창작 오페라 ‘쌍백합 요한 루갈다’는 이같은 의문을 절로 들게 하면서 그것에 대한 해답을 이야기해주는 작품이다.

 총 예산 2억 8천만원과 출연진만 200여명에 이르는 다소 부담감이 없지 않는 창작 오페라가 지난 9일 초연돼 오는 12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무대에 올려진다.

  올해 초 호남오페라단과 천주교 전주교구, 요한루갈다제전위원회가 오페라를 제작하기로 합의한 지 꼬박 9개월이 걸려 탄생한 대작이었다.

  탄탄한 구성과 극적 전개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했고 대형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음악적 요소 역시 찬사를 받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이날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무대 장치. 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을 100% 활용한 이날 무대는 회전과 투시, 무대 앞 조명 등 각종 무대 장치를 이용하며 사실적 요소를 더했다.

 요한 루갈다 부부는 천주교 전주교구에서 빠질 수 없는 성인적 존재. 존중과 헌신적 사랑의 모범상인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그동안 수차례 무대에 올려져왔다. 지난 97년 천주교 전주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아 ‘님이시여, 사랑이시여’라는 이름의 국악뮤지컬이 창작됐고 그 해 초연과 함께 5개 도시 순회공연, 99년 앵콜공연, 2000년 대희년맞이 서울·부산 공연, 2001년 신유박해 200주년 기념 청주, 대구, 광주 공연, 또 필리핀 마닐라 선교 공연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작품은 종교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포교를 목적으로 하는 종교극이 아니다. 우리 지역의 근대사와 그 안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신념,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그들의 고민과 갈등이 작품 속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서구 양식을 빌어 우리의 오페라로 탄생시켰다는 점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지난해 창작 오페라 ‘춘향’으로 처음 시도한 호남 오페라단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것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래동요 ‘두껍아, 두껍아’와 ‘상여소리’의 기본을 딴 선율과 도창을 끌어들인 점 역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3시간이 넘는 작품 공연 시간은 다소 지루하게 다가올 여지를 남겼다. 오페라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들이 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수요소다.

 일부 작품의 내용을 축소하고 연기 및 스토리 전개 내용 등을 보완한다면 세계무대에서도 손색이 없는 우리의 창작 오페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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