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장관들이 주축을 이룬 원로 1500여人의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국 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이들 원로들은 해방 직후 국토가 남북으로 갈리고 남쪽이 다시 북의 꼭두각시 괴뢰정부에 의해 조종받는 공산주의 폭도들에 의해 살륙과 혼란이 극을 이루던 실상을 낱낱이 목도하고 겪고 기억하고 있는 분들이란 점에서 살아있는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건국과 국가부흥, 6.25남침의 민족적 비극과 그 죄악성, 오늘의 선진경제의 문앞까지 단숨에 진군해 온 연부역강의 국민역량, 그리고 이를 지도하고 관리해 온 역대 대통령들, 또 그리고 그 한편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제한당해야 했던 짧지 않은 순간들까지 소화하고 살아 온 증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분들이 수도 이전, 국가보안법 폐지, 친일 등 과거사 청산, 언론개혁 등 국론분렬의 소모적 현안들에 대한 일방적 추진을 중단하고 모든 국력을 경제와 안보 등 시급한 현안해결에 집중하라고 부르짖고 있다. 이러한 호소 앞에 입만 열면 ‘수구 꼴통’이니 냉전주의자니 반통일주의자니 하며 매도하는 데 타성이 붙은 자들이 부지기수인 것이 현실이라면 우리나라가 골병이 들어도 너무 깊게 들었다고 나선 것이 원로들의 진짜 속뜻인 셈이다.
북한의 김정일 정권치하에서 살아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과연 4천8백만 중 몇이나 될지 모르는 판에, 그렇게 이 체제를 욕질하고 비난하면서 북한정권을 찬양하려거든 차라리 그쪽으로 보내버려야 한다는 중론이 일고 있는 마당에, 서둘러서 국보법을 없애야 하는지, 왜 그런 분위기에 우리 여당이 함몰되어가는지 불가사의한 점이다.
자유,민주주의가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님과 마찬가지로, 아무에게도 국가를 위해하는 권리, 특히 실수나 일시적 정략에 국가를 훼손할 자격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