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참석했소? 시작합시다!
전북 참석했소? 시작합시다!
  • 태조로
  • 승인 2004.10.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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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지요! 전북에서 참석했으면 이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를 진행하는 사회자가 필자를 보면서 하는 말이다.

거리상으로 보면 전북이 제주도는 물론 전남, 광주, 대구, 부산보다 서울에 더 가까이 위치해 있건만 언제 부터인가 중앙부처 회의에 가면 남들의 위로를 받아가는 교통의 대표적 오지가 되었단 말인가!

정말 자존심이 확 상해서 시작부터 불쾌한 마음이다. 그렇지만 그 흔한 공항, 비행기도 뜨지 않는 지역에 살고 있고 서너시간 쉴새없이 고속도로를 달려온 처지이니 뭐라고 대응할 말도 딱히 없다.

요새 김제공항 건설에 대해서 말들도 많다.

KTX가 운행되므로 경제성이 없다느니, 군산 공항이 인근에 있고, 있는 공항도 적자 운행인데 또 공항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느니, 양양, 예천공항도 적자로 인해 운항을 중단하는 판에 만든다느니, 왜이리 걱정하는 사람들이 이다지도 많은가?

먼저 경제성 논리에 대해서 말해보자.

KTX가 우리 지역을 지나간지도 벌써 몇 개월째다.

그럼에도 텅텅 비어서 운행한단다. 있는 열차도 안타는데 무슨 비행기냐는 얘기다. 수요와 공급은 꼭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다. 때론 수요가 공급을 앞서서 가격이 폭등하기도 하고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과잉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양자가 향상 균형을 이루면 얼마나 좋을까만, 그건 희망사항이고 그렇게 되도록 우리 모두는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공항이나 도로, 교량, 항만 등을 만들어 놓을 당시에는 이용률이 낮아서 어려움을 겪다가도 여러 사람에게 알려지고 이용해서 편리함을 실감하면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많이 보아온 터다.

호남선 KTX가 적자 노선인데 경제논리로만 따지자면 왜 폐쇄하지 않는가?

그건 앞날의 수요를 보고 삶의 질 향상과 지역간 균형?형평성 등 여러 가지 측면을 감안하여 비록 적자가 나지만 그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면서도 계속 철길을 달리고 있다.

혹자는 허튼 소리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김제공항도 만들어 놓고 비행기가 뜨면 이용객이 불보듯 많아질 것이다. 이건 막연한 얘기가 아니다.

김제공항 주변 도시에는 150만명 거주

요즘 운항 중단이 검토되고 잇는 강원도 양양 공항과 경북 예천 공항을 보자.

강원도에는 원주, 속초, 강릉, 양양 등 무려 4군데 공항이 있다. 공항이 있는 강릉과 속초를 비롯하여 양양 주변의 배후도시인 동해, 고성, 인제, 평창, 정선 등을 다 합쳐도 58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경북 예천공항도 마찬가지다. 경북에만 대구, 포항, 예천공항이 있고 울진공항이 추가로 공사중에 있다.

예천공항의 배후도시에는 예천과 문경, 안동, 상주의 거주 인구가 44만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제공항 예정지의 지척에는 60만의 전주시민이 있고 군산, 익산, 정읍, 김제 등 전라북도 인구의 3분의 2 가량 되는 150만명이 살고 있다. 또한 건설교통부가 전문기관인 교통개발연구원에 의뢰하여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도 경제성이 있음을 명쾌하게 입증한 바 있다.

그런데 왜 산간 오지에 있는 양양, 울진과 비교한단 말인가!

인근에 군산공항이 있으니 또 무슨 공항이냐는 얘기도 있다.

군산공항은 군산 서쪽 끝 바닷가 미군 비행장 활주로를 같이 쓰고 있다. 전주에서도 주행거리로 1시간 남짓 멀리 떨어져 있고, 더욱 가관인 것은 이번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졌듯이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공항 안전도검사를 한 결과 국제 표준 및 권고사항을 무려 385건이나 위반한 사실이 있다고 한다. 다른 국내외 공항보다 10배이상의 위반 건수란다.

여느 운송수단도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항공기의 경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제까지 우리 도민들은 엄청난 위험속에 언제 사고날지 모르는 비행기를 탑승한 꼴이며 종종 군산비행장을 이용한 필자도 아찔한 생각이 든다.

그나마 요즈음 몇 달간은 미군 부대에서 활주로 수리공사 때문에 운항이 정지된 상태란다.

저명한 지도급 인사를 초청해서 특강이나 토론회 등 행사를 솜씨있게 갖고자 해도 전주에 오면 하루를 다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거절하기 일쑤다.

이유인즉 공항이 있는 도시는 같은 시간에 2-3군데에 출연이 가능하단다.

전북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 중에서도 길지 않은 시간에 여러 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공항은 필수다.

글로벌, 세계화, 국제화를 아무리 외쳐도 그들이 찾아올 수 있는 여건이 갖춰 있지 않고, 있어도 불편을 느낀다면 어느 누가 다시 찾겠는가!

김제공항은 공사 착공만 남아

김제공항은 이제 시작이 아니고 토지매입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며 공사 착공만 기다리고 있다.

소요 사업비도 1천억여원정도로 경비행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활주로 하나를 만든 소규모 공항에 불과하다.

옛말에 우는 아이 젖 주듯이, 보채니까 배려하듯이 도민의 아픈 마음을 더 쓰리게 하지 말고 확실하게 진행시켜 주길 바란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민간 공항 하나 없는 도민들의 자존심을 이제라도 헤아려서 경제성 논리 등 구구한 설명일랑 그만하고!

“전북에서 첨석했으면 이제 회의 시작해도 되겠습니다”라는 위로(?)의 기분 나쁜 격려의 말 듣지 않게!

신세우<전라북도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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