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물거품
행정수도 이전 물거품
  • 박기홍 기자
  • 승인 2004.10.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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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이후 전북은 각종 개발전략을 새로 짜거나 아예 포기하는 최악의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신행정수도 대신 행정타운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또한 전북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역개발 전문가들은 신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될 경우 전북의 21세기 비전의 상당수를 포기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전제,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비상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위기를 기회로 되살릴 수 있는 도정 전반의 능동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북타격 왜 심한가= 도는 기존의 수도권과 신행정수도, 충청권의 주요 거점(천안, 대전)과 전주-광주를 연결하는 경전축(京全軸)이 형성되어 전북의 주요 도시와 새만금지역이 환황해권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왔다.  그러나 이번 위헌 결정으로 전북의 발전전략 자체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고, 신행정수도의 관문 역할은 아예 포기해야 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물론 신행정수도 이전 효과에 버금가는 행정타운이 건설될 경우 행정타운의 관문 역할을 다시 짜야 하겠지만 여러 측면에서 종전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특히 신행정수도 직접영향권에 포함됐던 전주와 익산, 군산, 완주군, 진안구, 무주군 등 6개 시·군은 저마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계기로 새로운 발전적 전기를 마련하겠다며 야심 찬 계획을 세워왔다. 하지만 이 또한 상당시일 늦춰지거나 아예 백지화할 수밖에 없는 상태여서 지역 주민들의 개발 공허감도 상당할 전망이다. 전주-군장 광역권을 환황해권의 중추거점으로 성장 발전시켜 전북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려했던 전주권 종합발전계획도 흐트러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선다.


 각종 간선 교통망 구축 방안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도는 고속도로 및 고속화도로에 의한 신행정수도 연계 강화, 물류 기능간 연계, 육·해·공로간의 연계 도로망 확충 등이 필수라고 보고 신행정수도와 연계한 치밀한 전략을 세워왔으나 한낱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항만의 개발 효과는 배후지와 교역루트 등 여건이 종합되어 발휘되기 때문에 부산항·광양항 등과 차별화된 신행정수도의 관문항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정부 후속대책 논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아직 구체적인 후속대책 마련에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추진방향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이 확정되지 않아 부처 차원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여러 경우의 수에 대비해 다양한 대책들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교부 산하에 설치된 신행정수도건설실무지원단 관계자들은 쉬는 토요일인 지난 23일에도 정상출근해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신행정수도 위헌 결정에 따른 파장과 후속 대책들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는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효력이 정지된 신행정수도건설 추진위원회 일부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신행정수도 건설계획과 연계해 추진해온 주요 사업에 대해서도 언급됐는데, 앞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나 기업도시 건설 등에 대한 논의는 잠시 보류될 수밖에 없어 사업추진 시기가 애초보다 다소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헌재 부총리가 최근 기업도시 등의 차질없는 추진을 거듭 천명하긴 했지만 실무선에서는 작업을 구체적으로 더 이상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신행정수도 향후 추진방향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공공기관 이전 등의 관련 작업을 사실상 진행하기 어렵다”면서 “공공기관 이전이나 기업도시 건설의 기본방침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신행정수도 향후 동향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떤 대안 가능할까= 정계와 학계 등에서 기업도시 허용, 공공기관 이전, 제4청사 건설 등 충청권에 대한 다양한 대안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충청권에 공공기관을 허용할 경우 단순히 몇 개의 공공기관을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도시로 조성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혁신도시는 기능이 유사한 공공기관 6∼10개를 묶어 이전하는 것으로, 이곳에는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 및 연구소 등도 함께 입주하게 된다. 도내 학계 일각에서도 신행정수도가 안될 경우 혁신도시 건설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대안 중 하나라는 관측이 나온다.


 건교부가 지난 23일 가진 회의에서는 3가지 시나리오가 상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로 신행정수도 건설 재추진시, 두 번째 신행정수도 건설 중단시, 마지막 세 번째 행정타운 조성 신행정수도 건설 변형 추진시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 시나리오에 대한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신행정수도 건설을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세 번째 대안론이 유력하다는 입장이다. 신행정수도의 당초 청사진에서 규모를 축소한 행정타운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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