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사범대 통폐합 논란
교대+사범대 통폐합 논란
  • 방근배기자
  • 승인 2004.11.02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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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교육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수능시험을 보름 남짓 앞둔 현시점에서, 최근 고교등급제 파문과 대입제도 개선안 발표 등 교육계 논란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그 뜨거운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30일 한국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현직교사, 예비교사, 교직원, 시민사회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WTO교육개방 시장화 저지, 교육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고 교육시장 개방 저지와 공교육 혁신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5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했다. 특히 이 날 행사장에는 전날 총궐기대회에 이어 이틀째 상경투쟁 중인 전국의 3천여 예비교사들이 사범대 교육대 통폐합 반대를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왜 이제서야 합치려고 하는 거지? 괜한 문제만 일으키면서 말이야” “통합하면 좋지 않나? 하나로 합치면 예산도 절감하고, 좋은 여건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냐”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대학사회에 경쟁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국민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교육부는 조만간 공청회를 거쳐 ‘교대-사대 통합안’ 등을 국회에 상정하고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일정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대학 학생들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어 순탄치 못한 일정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교육대 학생들은 현재 진행 중인 총학생회장 선거를 통해 ‘교육부의 통폐합 추진’의 허구성과 문제점을 적극 홍보하고, 여세를 몰아 정부 주도 공청회를 사전에 차단하여 교대-사대 통합 논의를 백지화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교육부는 초등교원을 양성하는 교육대학과 중등교원을 양성하는 사범대를 통합, 종합교원대학을 설립하고 교육전문박사학위과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입학정원이 적은 3∼4개 교육대와 사범대를 우선적으로 통합해 종합교원양성대학으로 개편, 초등교원은 부족하고 중등교원은 남아도는 불균형을 해소하고 나머지 대학도 통합 여건이 조성 되는 대로 연차적으로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교육대측은 이같은 논의 자체가 목적형 교원양성 임용체제에서 개방형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의미하고, 더 나아가 교원의 시장화를 이루려는 교육당국의 의도라고 주장하며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교육대와 사범대의 통폐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의 대학구조 조정이라는 큰 틀 속에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교육대 사범대 통합론 제기는 ‘교원양성 체제개편’을 통해 공론화 되었고, 교육대 사범대 학생들은 이미 올 4월부터 진행된 대정부 투쟁과 학사일정 거부, 전국연대모임 등을 통해 꾸준히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2000년에도 이와 유사한 계획에 대해 함께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하는 등 공동투쟁을 전개해 왔다. 작년 1월 13일 교육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연계자격증과 교·사대 통폐합 등의 내용을 담은 ’주요 교육인적자원 정책 방향’을 보고한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전국의 교대생들이 “교사의 전문성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전주교대에서 만난 예비교사들의 주장은 단호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때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더니 결국 예산투자를 줄이기 위해 대학을 구조 조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초등 예비교사는 4년 내내 전문적인 교육을 쌓아왔습니다. 이것은 밥그릇 싸움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가 반대만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일방적인 것은 교육인적자원부입니다. 대안은 우리가 세우는 게 아니라 정부가 세워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부가 통폐합을 주장하려면 그에 앞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교원수급문제를 임기응변식으로 해결하지 말고 보다 중장기적으로 풀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를 설득해야지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조건 통폐합을 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 나라 대학은 양적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교원확보율과 특성화 등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국제경쟁력이 떨어져 외형 키우기에 관심을 두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하면서도 인원감축과 통폐합과정에서 직간접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학생, 교수, 지역사회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감대 형성이 더 시급하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대학의 구조조정은 적극 추진되어야 하나 양을 줄이는 게 질 담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적정규모의 대학 수와 자유경쟁의 토대에서 제대로 된 대학, 경쟁력있는 대학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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