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복(民僕)의 웃기는 나라
민복(民僕)의 웃기는 나라
  • 승인 2004.12.0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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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복(公僕)이라는 말이 있다. 사전에 보면?국민에 대한 봉사자?라는 뜻으로 공무원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지금 그 공무원이?공복?과 다르게 놀아 뉴스에 오르내리며 사회 이슈화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노동3권의 단체행동권을 달라는 것이다. 그들은 우선 15일 총파업을 통해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총파업을 위한 노조원 찬반투표부터 원천봉쇄시키고, 엄중처벌 운운하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전공노’의 총파업은 사흘째 되는 날 업무 복귀선언으로 일단 끝났지만, 대한민국이 공무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할 만큼 부강한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는지 의아스럽다.?살다보니 별 일을 다 보는구나?생각하는 이가 많을 줄 안다.

하긴 선진국이라고 해서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다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영국을 제외한 미국(대다수 주)?독일?일본 등에선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이 금지되고 있다. 허용하는 경우에도 공무원의 파업이 사회질서를 유린했을 때 정부가 중단 명령을 내릴 수 있어 제한적이다.

그런데 국민소득 1만달러를 오락가락하고 경제 살리기가 화두인 대한민국에서 공무원들마저 툭하면 파업하는 형국이 된다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들의 주장이나 사정이 일리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분보장과 함께 연금을 지급 받는, 그래서 흔히?철밥통?이라고까지 불리우는 공무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파면이나 해임 등 정부가 강력 대응하는 것도 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주5일제 근무로 한 달에 두 번씩 제때 우편물을 받아보지 못해 국민들로선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또한 공복이라는 공무원들은 점심시간(낮12~13시)이라며 바쁘거나 먼 거리에서 온 민원인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리를 비우고 있다.

공무원은 이미 ‘국민에 대한 봉사자’인 공복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국민이 공무원을 위해 봉사하는?민복(民僕)의 시대?란 말인가?

물론?민복?은 필자가 만든 말이지만. 그 단어만으로도 뭐가 잘못되었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떨굴 수 없다. 국민이 공무원을 위해 불편을 참아가며 그들의 눈치나 봐야 한다면 큰 문제다. 말단관리인 포졸조차 백성을 찍어누르고 군림하던 과거의 왕조시대와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공무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선거로 뽑히는 대통령이 그렇듯 국민에게 봉사하라는 명령을 받은 셈이다. 당연히 그것이 잘된 나라일수록 민주주의가 발전된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는 속언이 생각난다.?누울 자리 보고 발 뻗으라?는 속담도 생각난다. 독재에 눌려 입조차 뻥긋 못했던 공무원들이, ?까라면 까고?주는 대로 받고도 푸념조차 늘어놓지 못했던 공무원들이 파업하겠다는걸 보면 세상이 변한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이 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점이다. 정부당국을 두둔하거나 대변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말하고자 한다. 시민단체 등도 노동3권 보장 동조시위 따위를 벌이며 경거망동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과도기일망정 대한민국이 민복의 웃기는 나라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세진(문학평론가, 전주공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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