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로 변신한 축구스타들
산타클로스로 변신한 축구스타들
  • 승인 2004.12.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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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로 변신한 42명의 '축구스타'들이 소아암 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밝혀주는 따스한 골을 선사했다.

'영원한 주장' 홍명보는 소아암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과 가족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26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한겨울의 추위를 축구사랑의 힘으로 녹이는 '2004 푸마 자선 축구경기(주최 홍명보장학재단,인천광역시)'를 펼쳤다.

이날 경기장 스카이박스에는 행사에 초청된 30명의 소아암 어린이들과 200명의 소년소녀 가장들이 오랜만의 축구장 외출에 모처럼 환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급성 림프성 백혈병을 앓다 올해 완쾌한 고운정(13)양은 "아플 때에는 집에만있었는 데 이제 병이 나아서 축구장에 나올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이런 자리가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역시 지난해 소아암에서 벗어난 안지용(9)군도 "지난해 열린 홍명보 자선경기에도 참석했었다"며 "이제 아프지 않아 매일 친구들과 볼을 차고 있다"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안군은 또 "앞으로 홍명보 아저씨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며 "홍명보 아저씨와 손을 잡아보는 게 소원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3살때 백혈병을 앓은 뒤 완쾌했다가 지난해 다시 재발한 한은애(17)양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때에는 길거리 응원전도 펼쳤었는 데 다시 아픈 이후 병원에서만 지냈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잠시나마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어 좋았다"고 관전소감을 밝혔다.

특히 뇌종양을 앓고 있는 가운데 이날 시축에 나선 이충만(13)군은 "지난해에는치료때문에 초청을 받고도 경기장에 올 수 없었는 데 오늘 시축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나이 어린 동생들이 하루 빨리 완쾌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소아암 환자들을 이끌고 경기장을 찾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승원씨는 "그나마병세가 나아진 환자들 위주로 경지장을 찾았다"며 "더 많은 환자들을 데리고 못온 게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이윽고 산타 복장과 루돌프 사슴 복장으로 치장한 42명의 선수들이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그라운드에 입장하면서 이날 자선경기의 막이 올랐다.

특히 희망팀의 최성국(울산)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루돌프 복장으로 뒤뚱거리며 입장해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선수들은 손에 비둘기 풍선을 들고 입장, 소아암 어린이들과 소년소녀가장들의 희망을 풍선에 담아 하늘높이 날려 눈길을 끌었다.

홍명보와 황선홍을 위시한 노장으로 꾸며진 사랑팀과 이동국,조재진 등 '젊은피'로 꾸려진 희망팀의 맞대결은 싱거우리라는 예상을 깨고 화려한(?) 개인기와 골잔치로 3만여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선제골은 '본프레레호'의 황태자 이동국(광주)의 차지. 희망팀의 이동국이 전반4분 헤딩골로 첫골을 뽑자 사랑팀의 김남일(전남)이 전반 16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전반 20분 사랑팀 박지성(아인트호벤)이 역전골을 뽑자 희망팀 이동국이 재동점골을 터트렸고 사랑팀의 황선홍이 힘겹게 골을 뽑아내며 전반전을 마무리지었다.

후반들어 김도훈(성남)-최용수(교토)-김병지(포항)의 '환상' 스리톱으로 나선 사랑팀은 후반 시작과 함께 후반 16분 김도훈의 골로 포문을 열었다.

이에 맞선 희망팀은 말그대로 축구팬들의 '희망'을 담아 이동국-박주영(고려대)-최성국(울산) 스리톱으로 맞불작전을 놓았다.

희망팀은 이날 후반 28분과 32분에 추가골을 뽑아내며 4골을 터트린 이동국의 신들린 골감각을 앞세웠지만 김도훈의 막판 골에 힘입은 사랑팀과 6-6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뒤 홍명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이 관중석을 채워준 축구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며 "특히 어려운 시기에 치러진 경기임에도 참가해준 선후배들에게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축구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하게 자선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호곤 감독은 "선배들이 못했던 것을 후배들이 해주어 고맙다"며 "내년에는 더욱 좋은 경기가 될 수 있도록 기원한다"고 거들었다.

한편 홍명보장학재단은 이날 후원금 2억원을 소아암 어린이 돕기에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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