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오륜 강탈 분노
동계오륜 강탈 분노
  • 박기홍 기자
  • 승인 2005.01.04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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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恨)의 역사로 주저앉아야 하나. 

 2014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를 강원도에 강탈 맞았다는 지역민들의 분노와 한 맺힌 절규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조건이 월등한 전북 후보지를 의도적으로 묵살한 채 국제스키연맹(FIS)과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각본대로 움직이듯 강원 후보지 결정을 서둘러 200만 도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KOC 상임위와 의원총회가 열린 작년 말 태릉선수촌까지 상경, 한파 속에서 강하게 항의해온 도내 기독교계는 “약속이 어긋나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며 끝까지 투쟁할 방침을 피력하고 있다. 도내 사회·시민단체도 ‘전북 죽이기’에 대해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으며, 체육계 등 각계에서도 전북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동계올림픽을 강원에 내줄 수 없다며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사실 도민들의 동계올림픽 유치 열망은 종교와 비슷한 것이었다. 도의 한계수 정무부지사를 필두로 동계올림픽유치준비위원회는 지난해 이후 야근을 밥 먹듯이 했으며, 연휴도 없이 격무에 시달리는 바람에 두통과 독감을 호소하기 일쑤였고, 심지어 입원도 뒤로 미룬 채 사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사회단체 관계자들과 기독교계의 경우 수은주가 영하로 뚝 떨어진 최근에도 연일 상경하여 동계올림픽 투쟁에 나서는 등 전북의 민심을 여과없이 반영했다는 주변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하지만 KOC는 이런 전북도민의 가슴에 두 차례 대못을 박아 가뜩이나 경제난으로 흉흉해진 지역 민심을 흩트려 놓는 결과를 낳았다. 2010년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경쟁이 치열했던 지난 2001년과 2002년, KOC는 표결을 통해 주개최지로 강원도를 결정함으로써 지역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에도 전북이 먼저 동계올림픽 유치 선언을 했으나 뒤늦게 뛰어든 강원도와 경쟁구도를 유지, 결과적으로 전북 탈락으로 이어지는 꼴을 낳았다. 정부와 KOC의 무원칙 행정이 지역간 갈등과 대립 구도를 낳았고, 급기야 200만 도민의 가슴에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셈이다.

 2014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 결정은 도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었다. KOC의 중재에 따라 2010년-강원, 2014년-전북이라는 동의서를 체결해놓고 정작 전북의 국제적 시설기준 검증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탈락의 수순을 밟는 등 속보이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일련의 전북 팽(烹) 시나리오는 경제성 측면에서 전북이 강원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가운데 추진된 것이어서 도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아내게 하고 있다. 실제로 전북발전연구원이 발표한 ‘2014동계올림픽 전북개최 타당성 분석과 유치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유치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보면 제조업 부문의 생산유발 효과 1조2천억원을 비롯하여 총 3조9천억원 규모의 효과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강원도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경우 강원지역 경제 파급효과를 분석한 연구 자료와 비교할 때 강원도 총생산액 유발효과(2조1천97억원)보다 전북의 생산유발 효과가 2배에 근접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전발연은 또 전북에 2014동계올림픽을 유치할 경우 1조9천914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강원지역이 자체 집계한 부가가치 유발효과(9천805억원)보다 훨씬 앞서는 것으로 비교 분석됐다. 전발연의 이런 분석은 문헌 연구와 실증분석을 병행했으며, 재원조달 방안, 경기장 및 숙박시설 확보, 교통대책 등 유치 여건에 대해 전북도의 자료와 문헌 연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해준다. 또 타당성 분석 및 경제적 파급 효과의 경우 지역산업 연관모형에 의해 실증 분석, 주변의 시비를 잠재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민들은 이와 관련,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200만 도민의 자존심과 긍지가 깡그리 무너지고 처참하게 짓밟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를 필두로 한 일등도민운동협의회, 전북애향운동본부 등 사회단체들은 “아무 것도 되는 게 없는 척박한 땅 전북이 권력의 방어벽에 의해 자존심마저 무너졌다”며 초강경 대응 방침을 피력하고 있다.

 전북도의 대응도 주목을 끌고 있다. 2단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도는 작년 말에 이미 KOC에 서면질의서를 보냈으며, 소위 운영과 총회 일정·후보지 심의 의결 등 4개 분야와 관련한 10개항의 질문을 던졌다. 도는 “소위 보고서를 근거로 국제관계특별위원회 심의, 상임위 의결은 명백히 하자있는 행위로 원인무효”라며 소위 운영의 절차상 하자에 대한 KOC측의 견해를 다그쳐 물었다.

 KOC 국제종합경기대회유치 국내 후보도시선정 규정은 공개경쟁을 원칙으로 관련규정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KOC는 상임위에서 강원을 요구하고 위원총회에서 가부로 결정한다고 의결, 합법적인 결정인지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도의 윤 철 동계올림픽유치준비위 사무총장은 “국내 후보지 선정 과정에 너무 많은 절차적 하자가 있었기 때문에 도민들의 분노와 항의는 당연하다”며 “도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민들도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KOC는 지금이라도 전북과 강원을 똑같은 환경 잣대로 평가해 국내 후보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계올림픽이 200만 도민의 가슴에 한(恨)의 역사로 맺히지 않기 위해 정부와 KOC 차원의 특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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