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260> 옥향의 몸이 뜨거워졌다
평설 금병매 <260> 옥향의 몸이 뜨거워졌다
  • <최정주 글>
  • 승인 2005.01.06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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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옥향의 반란 <16>

찬모가 엽전을 받아들고 뒷걸음으로 나갔다. 태국이 놈과 살풀이할 생각에 입맛이 없는 옥향이 깨작거린 저녁 식탁에서 물러나는데, 솥에 물을 채우고 불을 지핀 찬모가 들어와 식탁을 치웠다.

“저녁을 통 안 드셌네요? 음식이 부실한가요?”

“아니예요. 아주머니 탓이 아녜요. 어째 입맛이 없네요.”

“만두라도 몇 개 구어다 드릴까요?”

찬모의 물음에 아니예요, 하려던 옥향이 나중에 태국이 놈과 먹을 요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만두라면 몇 개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목욕물부터 준비해놓고 만두를 가져다 주세요.”

“그러지요. 아씨가 식사를 안 하시면 제가 걱정이 된답니다.”

찬모가 그런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간 다음 옥향이 새삼 방안을 둘러 보았다. 침상에 깔린 부드러운 비단 이불과, 황금빛의 휘장이 촛불빛에 휘황하게 빛나고 있었다.

‘태국이 놈도 좋아하겠지? 냄새나는 머슴방이 아니라 향기로운 내 방에서 나를 안고 딩구는 것을 좋아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옥향의 몸이 뜨거워졌다.

‘내가 벌서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자칫 태국이 놈은 방사도 안 했는데 내가 먼저 정신을 잃는 것은 아닐까?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도 손이 저절로 가슴으로 갔다. 옷 위로만 슬쩍 젖꼭지를 만지는데도 온 몸이 짜릿하면서 사타구니 사이가 후꾼거렸다.

나머지 손 하나로 검은숲 둔덕을 문지르던 옥향이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내가 어쩌다 이리 되었을꼬? 하찮은 머슴놈을 놓고 음심을 품다니. 아버님이 아시면 까 무라치실 일이로구나. 그만둘까? 지금이라도 다 그만둘까? 낮의 일이야 태국이 놈의 압단속만 시키면 아무 일도 아니지 않은가? 내가 그 놈의 물건을 옷 위로 한 번 잡아보았고, 음탕한 그림 몇 점을 함께 본 것 밖에 없지 않은가?’

옥향은 그러고 싶었다. 태국이 놈이 오면 목욕은 끝났으니,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었다. 별당 근처에는 얼씬도 말라는 영을 내리고 싶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한 쪽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한 쪽에서는 태국이 놈의 대물이 옥문을 가득 채우며 밀고 들어오는 상상에 몸이 오그라들고 숨이 컥컥 막히는 것이었다.

‘안 돼, 그럴 수 없어. 오늘밤을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안 올거야. 바람기 많은 서방님은 평생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난 혼자 긴 긴 밤을 한숨으로 지새우게 될거야. 한번이야. 단 한번만 태국이 놈을 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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