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경련-비장
충격-경련-비장
  • 승인 2005.02.0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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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외부로부터 갑자기 심한 작용을 받을 때 충격이 일어난다. 물리적인 충돌을 당하면 그로인한 육체적 고통이 크지만 정신적으로는 마음에 상처를 입어 고도의 흥분상태에 이르게 된다. 충격 현상이다. 그보다 심한 게 경련(驚攣)이다. 근육이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바르르 떨며 병적 수축작용을 일으키는 상태다.

 경련과 어금버금이 경기(驚氣)다. 자극이 극도에 이르러 깜짝깜짝 놀라는 모습이다. 경련이나 경기와 다르게 이번에는 극심한 강도의 자극으로 인해 놀라고 맥이 풀려 입이 저절로 벌어져 있는 증상이 있다. 아연(啞然)이다. 충격은 정상적인 상태가 심히 이그러져 있지만 아직 이를 병증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경기나 경련, 그리고 아연 상태에 이르면 이는 이미 병증(病症)급의 특별한 치료를 요하는 증세다. 그것들을 풀어 주지 않으면 지병으로 되고 어떤 때는 중병으로 가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묘한 초고도의 증세가 있다. 비장(脾臟)이다.

 비장은 우리말로는 내장의 한 부분 이름에 불과하다. 위의 뒷쪽에 붙어 백혈구의 생성과 노폐한 적혈구를 파괴하는 ‘중요한 것 중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이른바 생명성 창출의 한 역할이다. 비장은 영어로 spleen이다. 영어를 보면 비장의 뜻이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

 spleen은 비장 외에 울화, 심화, 원한, 앙심의 뜻까지 겸하고 있다. 그래서 spleenless는 ‘원한이 없는’이다. 영어에서 비장은 심화와 앙심 원한까지 충격으로부터 연유된 광범위한 심적 갈등을 그대로 표현한다. 그러니 울화가 치밀고 원한을 갖게 되면 결국은 비장이 뭉개질 수밖에 없다.

 백혈구가 생성되지 않고 노폐된 적혈구를 처치하지 못하면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다. 비장이 그처럼 심리적 자극을 직접 받게 되는 과학적 과정의 적나라함이다. 새만금으로 8년째 충격을 받은 전북이 경련,아연을 넘어 비장을 썩히는 spleen까지 다 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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