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
경칩(驚蟄)
  • 승인 2005.03.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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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경칩(驚蟄)이다. 경칩은 24절기의 세 번째 날로 태양의 황경이 345도, 초목에 물이 오르고 동면하던 곤충들도 깨어난다는 뜻이다. 실로 봄은 입춘에서 시작되었지만 정작 봄의 기운을 느끼는 것은 경칩부터이다. 이날이 되면 개구리들이 물가에 모여 알을 낳는가 하면 남쪽에서는 나비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옛날에는 이날에 토역(土役)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담벽을 바르거나 담장을 쌓았다.

 ▼또한 단풍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장과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단풍나무에서 즙을 내먹는 풍속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고뢰쇠 나무에서 수액을 뽑아먹는 것이나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습속이다. 이것은 많은 나무들이 땅속에 있는 물기를 빨아들여 새로운 생명을 틔우려는 일종의 구명작용인데 이것을 사람들이 가로채는 것은 나무에는 너무나 가혹한 행위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어떻든 우수.경칩이 되면 봄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올해는 경칩이 되었어도 겨울이 물러가지 않고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릴 것이란 보도다. 우리는 이런눈을 춘설이라고 하는데 춘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마른 대지에 물기를 담아주고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씨앗들을 싻틔우기 위한 자연의 조화라고 본다면 올해도 풍년의 길조임엔 틀림 없다.

 ▼아무리 봄의 기운이 일고 있다 해도 겨울이 자리를 물려주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그렇게 안간힘을 쓰며 버티는 동장군도 자연의 섭리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지 봄눈도 그 지독한 강추위도 언제 물러갔는지 모르게 자취를 감추고 마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우리는 이것을 보고 인간세계에서도 똑같은 현상을 빚고 있음을 보고 제법무아(諸法無我)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이치를 통감하게 된다. 결코 이 세상에는 강자가 없다. 그것은 물흐르듯 바람불듯 하나의 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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