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참여
여성의 정치참여
  • 승인 2005.04.1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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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정의의 신 디케는 사심을 버리기 위해 두 눈을 가리고 한손에는 무엇이 정의와 형평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양팔저울을 들고 또 다른 손에는 정의의 파괴자를 응징하기 위하여 칼을 든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정의(법)를 심판하는 상징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사회에는 도덕성과 정의가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정치세계에 여성의 참여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저조한 실정이다.

 UNDP가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정치 및 경제 분야에서 정책 결정 과정에의 여성참여를 조사하여 만든 여성 세력화 지수에 의하면 전 세계 116개국 중 우리나라는 90위를 차지하여 우리나라 여성의 정치참여는 아직 후진국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

 1945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대통령 또는 수상직을 수행한 사람은 모두 35명이나 된다. 영국의 ‘마가릿 대처’수상을 위시하여 안보문제가 국가 최우선 과제인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총리도 있으며 가난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끈을 놓지 않은 인도 ‘인디라 간디’ 총리도 있다.

 즉 정치·경제·군사·안보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한 여성 지도자들이 얼마든지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 여성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51%에 이르렀으나 현 국회의원 299명중 여성의원 수는 39명으로 13%에 불과하고 지방의회로 가면 사정은 더 심각해 4천167명의 지방의원 중 140명으로 3.4%에 불과하다.

 근래에 와서 여성의 정치참여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경향이 조금씩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기는 하나 여성의 정치 참여의 필요성 그 자체보다는 여성 한 두 사람을 끼워 넣어 희소가치를 부각시킴으로써 정치적 실효를 거두려하고 있으며 여성운동 단체들이나 기타 사회적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한다는 입장을 과시하기 위해 구색 맞추기 식으로 여성을 정치권에 끼어들게 하는 식의 행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되는 여성들이 대변하는 여성정치 지도자들이 절대 필요한 이때에 여성의 정치 참여는 여성의 권익향상, 정치풍토의 쇄신, 국가사회 발전을 위한 시대적 요청이다.

 여성들은 기존 정치세력에 물들지 않은 순수, 투명함과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된 집단으로서의 경험 가정경제 주체로서 갖춘 합리성과 공정성 그리고 학연, 지연, 인맥에 연연하지 않고 보다 소외되고 약한 계층을 위한 정책, 다수의 시민을 위한 결정 ,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모색해내는 구심점 역할을 다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하였지만 지방의회 활동에서 여성을 위한 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남성의원도 주도하지 않았음을 볼 때 여성문제에 대한 의식이 있는 여성 의원들이 지방의회에 더욱 많이 진출하여 연대해서 정치세력화 할 수 있다면 역부족으로 해결하거나 추진하지 못한 여성관련 사업을 보다 많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의 정치참여는 ‘대립과 투쟁의 정치’를 ‘화해와 포용의 정치’로 바꾼다. 모 시사지의 국회위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남성과 여성 누가 대립이 되더라도 직무수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대답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정치도 결국은 나라사람이 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모두를 서운하지 않게 감싸는 능력이 있다. 남성은 자신을 위한 일을 먼저 하지만 여성은 자신을 위한 일은 가장 나중에 한다. 여성은 가정을 조화 속에 이끌었던 경험과 선천적인 모성애를 발휘하여 부패와 투쟁으로 얼룩진 남성중심의 정치를 개혁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한 정치 지도자들의 말처럼 이제 여성들이 정치의 중심에서 활동해야 한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이며 여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회교국인 이란의 여성들이 검은 천을 벗어버리고 당당히 정치현장에서 남성과 갑론을박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최복래<익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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