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 논개 영정
춘향, 논개 영정
  • 승인 2005.05.2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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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상화와 영정 등 인물화의 대가인 고(故)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화백(1892∼1979)의 작품이 최근 전북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우리 전북에 걸려있는 이당 작품 2점은 남원 광한루의 춘향 영정과 장수 논개사당의 논개 영정이다. 춘향이나 논개 모두 정절과 단충의 한국적 표상이다. 그 영정들이 문제된 것은 물론 이당이 친일 화가래서다.

▼얼마전 장수에서 논개 영정이 친일화가가 그렸으니 떼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일더니 며칠 전 남원지역 경실련, YWCA 등시민 종교단체가 춘향사당에 있는 춘향영전도 떼내야 한다고 들고 나섰다. 지난 10일에는 진주에 있는 논개사당에 걸려있는 영정을 경남 진주지역 시민, 사회단체들이 몰려들어가 뜯어낸바 있다.

▼그동안 아무일 없었다가 어찌하여 갑자기 이런 바람이 불어왔는지 저간의 사정은 접어두고 이 고장이 낳은 한국의 대표적 정절과 단충의 두 영정이 수난을 맞고 있다는 것이 여간 걸리는 게 아니다. 친일파가 그린 영정이니 꼭 떼어내야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아무 대안도 없이 무조건 떼어낸다면 이 또한 분별있는 사려가 아닐성 싶다.

▼여기에서 두 영정의 내력을 잠간 적자면 논개 영정은 1954년 장수군민과 유지들이 성금을 갹출하여 논개사당을 짓고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 영정제작을 요청, 김 화백이 고증할 수 있는 여러 고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그렸다고 적어놓고 있다. 사당의 현판글씨는 당시 부통령이던 김제출신 함태영이 썼다.

▼춘향의 영정은 1930년대 초 우형(雨馨)이라는 화가가 페이트 날림으로 그린 것을 광주 호남은행 두취인 호남의 갑부 현준호(玄俊鎬)의 청으로 이당이 남원에 내려와 여관방 하나를 치워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춘향 영정 역시 당대 조선의 재사들인 김팔봉을 비롯 민속에 밝은 고전 연구가, 연출가들인 김태준, 송석하, 이여성, 유치진 등이 고증에 참여했다고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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