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물량 격감속, 절반이상 외지업체 차지
건설 물량 격감속, 절반이상 외지업체 차지
  • 한성천 기자
  • 승인 2005.06.09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북건설시장은 VIP만을 대상으로 한 ‘클럽식당’으로 비유된다.

 건설물량이 격감하는 가운데서도 물량의 절반이상을 외지업체들이 독식하면서 도내 건설업체들은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 되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내에서 발주된 건설공사의 수주현황을 들여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올들어 5월말 현재 전북지역에서 발주된 건설공사는 총 310건. 이 가운데 외지업체가 수주한 공사건수는 단 7건(2%)에 불과하다. 나머지 98%는 도내 건설업체들이 수주했다.

 이 수주현황을 보면 ‘외지VIP 전용 클럽식당’이란 비유는 전혀 근거없는 억측이다. 하지만 건수가 수주금액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7건을 수주한 외지업체들이 챙긴 공사비는 1천708억6천800만원. 건당 평균 공사비가 244억원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도내 업체가 수주한 공사는 모두 303건. 수주금액은 1천541억2천700만원. 건당 평균금액은 5억800만원에 불과하다. 외지 대형업체들이 도내 업체들보다 무려 50배(48.8배) 가까운 규모차이를 보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건설공사 발주제도와 규모경제를 근간으로 한 건설경제정책 때문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건설공사 발주에 있어 ‘최저가경쟁입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턴키 및 대안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최저가 입찰제에 잘못참가했다가 자칫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도 있어서 아예 입찰참가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보니 건교부는 지역건설경기 활성화 및 지역중소건설업체 보호를 위한 정책으로 지자체 발주공사의 경우 공사비 70억원 이하는 지자체 소재 건설업체만을 대상으로 한 ‘지역제한입찰 기준’을 종전 50억원 이하에서 70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또 전북지방조달청은 전북도 등 도내 시·군 지자체와 익산지방국토관리청 등 정부기관, 전북대 등 국립교육시설 등을 대상으로 조기 및 분리발주를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

 전주의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행 최저가경쟁입찰제가 지속되는 한 지역업체들은 외지 대형건설사들을 위해 상을 차리는 일에 만족하면서 외지VIP들이 먹고 남긴 음식에 감사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며 “그나마 남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업체는 행복한 것이며, 그렇지 못한 업체들은 생명이 언제까지 이어갈지를 고민하며 하루를 연명하는 게 지역건설업체들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임원은 “올들어 발주공사금액과 수주금액을 분석하면 외지업체들의 수주율은 80%선인 반면 지역업체들은 76%에 달한다. 이는 공사물량 기근현상에 목말라하는 지역업체들이 일단 공사를 잡고보자식으로 저가경쟁투찰에 나서 외지대형사들보다 수주율이 무려 4%포인트 낮다”며 저가경쟁입찰 피해가 지역업체들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설명했다.

 한편 임한선 전북조달청장은 “지역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지역건설사를 보호하기 위해선 관공서와 정부기관 등 발주관서들이 앞장서 현행 법규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지역업체 참가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분리발주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지역업체들도 떡을 먹여주길 바라는 기업경영방식에서 탈피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자구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