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파장..증시엔 '양날의 칼'
위안화 절상 파장..증시엔 '양날의 칼'
  • 승인 2005.07.2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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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증시가 고개를 들고 일어설 때마다 시장을 짓누르던 해묵은 악재인 위안화 절상이 마침내 21일 저녁 전격 단행됐다.

절상소식을 접한 22일 주식시장은 심리적 부담을 느낀 듯 연일 10년여만의 최고점 돌파 기록을 잠시 접고 소폭의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에 비해 절상폭이 크지 않아 국내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 오랜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점을 들어 '예고된 악재' 위안화 절상이라는 칼이 가진 '양날'을 모두 주목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 선진국 증시 호재..국내 증시는 조정 = 세계 증시, 특히 대(對)중국 무역적자에 시달리던 선진국 증시는 위안화 절상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유럽 증시는 런던에서 또다시 폭발테러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상 발표에 힘입어 영국 런던의 FTSE지수(0.12%), 프랑스 파리증시의 CAC40지수(0.16%),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DAX지수(0.95%) 등이 일제히 상승세였다.

또 줄기차게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온 미국의 경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0.57%), 나스닥지수(-0.46%)가 약세였지만 이는 위안화 절상보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데 따른 것일 뿐, 위안화 절상의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위안화 절상의 후폭풍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예상했던 하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요동을 치지는 않고 있다.

위안화 절상의 영향으로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이 1천21원선까지 떨어지면서 수출주들이 조정을 보이며 종합주가지수는 오전 10시 현재 7포인트 안팎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펀더멘털 영향은 미미..추가 절상 염두둬야" = 중국이 전날 밤 단행한 위안화 절상폭은 2%대로 5%대에서 최고 10%대에 이를 것이라던 증시나 환율시장의 당초 예상에는 크게 못미친 수준이었다.

특히 위안화 절상을 예상하고 원/달러 환율이 그간 1,000원 밑으로 떨어졌을 정도로 '재료'를 상당수준 반영한 바 있어 이번 절상만 놓고 본다면 회복기에 접어든 국내 경기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 고유선,김영준 이코노미스트는 "절상폭이 예상했던 5%보다 작아 당장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며 원화 등 아시아 통화들은 그간의 절상압박에서 풀려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복수통화 바스킷' 형태로 미국이 줄기차게 요구하던 변동환율제가 일부 수용됐고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수지 개선이 이어질 것인 만큼, 아시아 각국의 대(對)달러 환율이 급락할 이유가 별로 없으며 원/달러 환율이 1천원선 밑으로 떨어져도 장기간 머물 이유는 없다는게 이들의 진단이다.

다만 이번 위안화 절상이 장기적으로 자유변동환율까지로의 변화 가능성을 내포한 통화제도의 변경인 만큼, 이미 오래전부터 이번 절상수준을 훨씬 넘는 가치를 갖는 것으로 평가받아온 위안화의 추가 절상이 예견된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요인이다.

미래에셋증권 류승선 이코노미스트는 "단기는 물론, 중기적으로도 이번 절상이 미칠 실질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제하면서도 "위안화 추가 절상과 자유변동 환율제로의 변경이 단기간내 마무리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도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의 금리인상과 위안화 절상이 시기적으로 겹친 점 역시 심리적 부담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과열 증시에 `냉각수'-`불확실성 해소' 동시에 봐야 = 주식시장이 '예고된 악재'를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조정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시장이 단기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사상 최고치 돌파를 위한 '바닥다지기'차원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인데 당초 이달 옵션 만기일을 전후해 예상했던 조정이 실현되지 않은 만큼, 위안화 절상이 조정의 한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시황 전망에서 "조정 명분을 찾던 증시에 위안화 절상이라는 좋은 재료가 등장했다"며 전 고점인 1,020∼1,030선까지 조정받을 것을 염두에 둘 것을 권유했다.

지난 이틀간 오전장에 전고점을 돌파한 뒤 되밀리는 등 시장의 체력이 조정이 필요한 시점임을 드러내고 있는데다 위안화 절상으로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통화가 일시적 절상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게 그 근거다.

그러나 대부분 증시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이 과거와 달리 상승추세에 접어든 증시의 흐름을 끊지는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중장기적 긍정요인에 더 주목하고 있다.

실제 절상이 이뤄진 만큼, 불확실성이 줄어든데다 자연스럽게 단기 조정양상을 보이면서 매물부담을 해소하는 '바닥다지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환율문제는 2003년 9월, 2004년 10월, 올해 3∼4월의 큰 폭의 조정을 가져올 만큼 시장을 짓눌러온 요인으로 위안화 절상은 환율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첫 걸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애널리스트는 "결과적으로 위안화 절상은 단기 과열권에 진입했던 시장이 쉬어가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며 "예상되는 조정은 새로운 지수대 진입을 위한 진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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