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남산의 소나무가 선(禪)을 유발시켰다고 해서 공안성(公案松)이라고 했다. 예부터 남산기슭에 주로 살았던 선비들은 집 주변에 소나무를 심어놓고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의(節義)를 꺾지않고 살아간다는 깊은 뜻을 기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남산의 소나무는 겨우 한 뼘만 파도 온통 화강암인 바위 땅임에도 불구하고 그 뿌리를 비비적거리고 파고들다 보니까 밑동 이가 구불구불 휘어있는 게 특징이다.
▼또 혹심한 눈과 비바람에 짓눌려 안간힘을 다 해 참아내다 보니까 이리저리 난마처럼 흩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남산의 소나무는 순탄하게 자랄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꿋꿋한 기상과 절의로 척박한 땅에 굳건히 뿌리박고 자라오고 있다. 마치 주변상황으로 찢기고 밟히며 굶주리고 헐벗으면서도 이 땅에 뿌리박고 살아온 우리 한민족의 고통과 고뇌가 투영돼있는 남산의 소나무다
▼남산소나무는 좋은 땅에 옮겨심으면 오히려 죽는 깐깐한 선비 같은 고집도 있다. 우리 민족의 자존심인 이 남산소나무가 멸종위기를 맞아 걱정하고 있었는데 1만여 그루의 후계 묘목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가 번식이 안돼 애를 태우던 남산소나무의 씨앗을 양묘장에 심어 온갖 짚단을 덮어 비바람을 막아주고 새들이 쪼아먹지 못하게 망을 씌우는 등 정성을 다해 소나무 묘목으로 키우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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