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흥행 뒷심 받는 '…동막골'
갈수록 흥행 뒷심 받는 '…동막골'
  • 승인 2005.09.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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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이 역대 흥행 순위에서 4위에 올라섰다. 지난달 4일 개봉한 이 영화는 4일까지 전국 640만여명을 동원하며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621만명 기록을 넘어섰다. '태극기 휘날리며'(1천174만명)와 '실미도'(1천108만명), '친구'(818만명)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외출', '형사 Duelist', '가문의 위기' 등이 400개 내외의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공략하는 8일부터 흥행세는 누그러들 것으로 보이지만 전주에 비해 점유율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 여전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타 없는 '대박 영화' 배급사 쇼박스의 기대작이지만 영화의 이 같은 '대박'은 쉽게 예견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상반기 영화시장이 유난히 불황이었던 데다 박찬욱 감독의 기대작 '친절한 금자씨'나 할리우드의 복병 '아일랜드'가 앞에서, 흥행배우 차승원의 '박수칠 때 떠나라'가 뒤에서 각각 위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강한 '원톱' 혹은 '투톱'의 스타 배우들이 관객들을 유혹하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출연진들의 흥행성이 약하다는 것. 이 때문에 영화는 지난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투자사가 바뀌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정재영, 신하균, 강혜정, 임하룡 등을 내세우고 연극계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을 다수의 조연진들으로 배치한 이 영화는 스타 캐스팅이라는 '안전한 길'로만 가려는 충무로의 기존 관행을 보기 좋게 뒤엎었다. 오히려 누구 하나 튀어보이지 않는 모습이 따뜻함이라는 영화의 장점을 잘 드러내 준 셈이 됐으며 스타성보다는 실력으로 무장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극의흐름을 부드럽게 이끄는 요소가 됐다. 안전한 스타보다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며 '대박'을 터뜨리는 것은 '말아톤'에서 이어지는 올해 한국 영화의 새로운 경향이 됐다. 두 편 모두에 투자한 쇼박스의 정태성 본부장은 "이들 두 영화의 성공이 스타는 없지만 좋은 영화라면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좋은 전례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신인 박광현 감독의 탄생 총 제작비 80억원 규모의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은 CF 감독 출신인 신인 박광현.

그는 신인 감독에게는 대형 프로젝트가 버겁다는 편견과 CF 감독 출신은 흥행에서 안 '먹힌다'는 전례를 보기 좋게 깨뜨렸다. "하려는 얘기가 있어야 판타지도 존재한다. 감각적인 영상 뿐 아니라 줄거리나 정서와 유머에 집중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 드라마에 대한 고민 덕에 영화 속 판타지는 겉만 번지르한 비쥬얼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뒀으며 화면은 화려하면서도 감정선을 타고 흐를 수 있었다. 감독의 연출력에 든든한 힘이 된 것은 이 영화의 원작인 동명 연극.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장진 감독 쓴 시나리오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넘나들며 분단과 화해라는 간단치 않은 소재를 무리 없이 펼쳐냈다.

▲분단 배경 영화의 불패 신화 '…동막골'의 성공은 분단 현실이라는 소재가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점을다시 한 번 보여줬다. 역대 흥행작 상위 여섯 편 중 '친구'를 제외하고는 '…동막골'을 비롯해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등 다섯편이 분단 현실을 스크린 위에 펼쳐낸 작품이다. 영화 속 동막골은 남도 북도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없는 이상적인 나라. 이 곳에 흘러든 국군과 인민군 미군은 함께 '팝콘 비'를 맞으며, 그리고 멧돼지 사냥을 다니며 이념의 벽을 넘어서며 결국에는 마을을 위험에서 구해내기 위해 자신들만의 '연합군'을 만든다.

분단과 극복이라는 딱딱한 소재는 다양한 캐릭터와 이들이 들려주는 유머를 통해 부드럽고 따뜻하게 풀려나간다.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의 화해는 입을 통해서가 아닌 인물들이 들려주는 유머를 통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소박한 사투리 속 담긴 푸근함 영화 속 사투리는 동막골 사람들의 포근함을 보여주는 한편 풍부한 유머를 담고있다. "근데 있잖아, 자들하고 친구나?", "머를 마이(많이) 멕에이지(먹여야지)", "스미스요, 그럼 성이 '스'래요? '스'씨도 다 있나?" 같은 강원도 사투리는 유행어로번지며 영화팬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아왔다.

동막골 사람들의 말투에는 적의를 찾아볼 수가 없다. 총과 수류탄이 서로를 겨누며 대치하고 있을 때도 국군과 인민군 사이의 동막골 사람들은 "근데 저 양반은뭔 부애(화)가 저래(저렇게) 났어요?"라며 의아해 할 뿐. 이 곳 사람들은 말다툼이라도 발생할라치면 "그러니? 내 말을 너무 가슴에 이래 담지 마"라며 당장 꼬리를내리는 식의 보기 좋은 비겁함을 갖췄다. 영화 속 강원도 사투리는 '친구'(818만명 동원)의 부산 사투리가 그랬듯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흥행의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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