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동반자 러시아
한국기업의 동반자 러시아
  • 김정길
  • 승인 2005.09.05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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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푸틴대통령 집무실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붉은 광장건물과 요충지마다 설치된 삼성, LG 등의 홍보물과 거리를 활보하는 현대자동차가 한국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특히 휴대폰, 컴퓨터, LCD, 자동차, 도시락라면 등 한국제품들이 일본상품을 물리치고 러시아 총판매량의 30%를 차지했다는 모스크바 KOTRA 김승철무역관장의 설명에 전북기업인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조국과 적대적 상황이었던 불모지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하였기에 한국기업들이 그들과 동반자관계가 됐을까. 그동안 기업인들과 투자유치관계로 외국을 많이 방문했지만 이렇게 가슴 뿌듯하기는 처음이다.

  안드리아노바 나타샤 알렉세예바 상트페테스부르크상공회의소 회장은 러시아 경제가 극도로 나빴을 때 약삭빠른 일본기업들은 모두 철수했지만, 한국기업들은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펼쳤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 결과 러시아와의 교역규모도 2003년 42억불, 2004년 60억불에 이어 금년에는 80억불을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투명성 확대와 세금인하, 2006년 WTO가입 예상에 따라 우리나라의 러시아 투자는 더욱 증가될 전망이다. 또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라 현지 생산이 활발해지고 내수시장이 커짐에 따라 U-PHOTOS의 앨범공장, 한국야쿠르트의 즉석면류, 오리온의 과자류 공장이 가동 중이고, 롯데의 호텔과 백화점, LG전자 가전공장, CJ 등도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소비성향은 가격중시에서 브랜드를 중시하는 추세로 급격히 변하고 있는 점도 주시할 대목이다. 또한 전체 인구 10%의 부유층은 서구 최고급 브랜드를 선호한 반면, 40%의 빈곤층은 자국제품 및 저가 수입제품을 구매하고 하는 이중구조다. 최근 경제호조세에 따라 중산층의 범위가 확대되고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어 이들에 대한 마케팅전략이 성공의 열쇠다.

 상거래관습이 독특해서 소량주문과 현금유동성을 중요시하며 금융제도 미비와 과중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급적 은행을 기피한다. 또한 서구적 합리주의보다는 인정과 친분관계에 의한 대면(對面)비즈니스가 관행되고, 언어소통 능력과 러시아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비즈니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러시아는 체제전환 이후, 제조업붕괴로 소비재의 50% 이상을 수입품으로 충당하고 있는 점도 우리기업들의 매력적인 수입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국가배급 시스템 붕괴 후, 유통시스템에 혼란을 겪고 있으며, 최근 외국 유통회사들의 진출이 활발하나 아직 수요에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모스크바에만 집중됐다. 또 제조업체와 소매상을 연결하는 중간단계가 미흡하고, 외국인에 대한 배타작인 관료들의 태도와 법과 제도의 불투명성 등이 장애요인이다.

  아무튼 1세기동안 잠자고 있던 러시아 경제는 2004년 성장률이 7.1%에 이르렀고, 외국투자유치규모도 405억 달러를 기록, 전년대비 36.4% 증가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게다가 한국의 78배, 미국의 1.8배의 광활한 국토와 인구 1억5천만명, 연간 산유량 330만톤, 가스 530십억m2로서 국가예산의 60%를 천연자원 판매로 조달하는 러시아는 무한한 천연자원과 인적자원이 최대투자 장점인 동시에 자동차산업과 관련 현지생산용 설비 및 부품 무관세 적용 등이 외국인 투자의 매력 포인트다.

 그리고 향후 러시아 경제성장의 열쇠는 국제유가동향과 푸틴대통령의 경제개혁 행보에 달렸다. 이제 러시아는 한국기업을 진정한 파트너로 여기며 투자를 갈망하고 있다. 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국기업들과 모스크바 KOTRA무역관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다.

<전주상공회의소 기획진흥실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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