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성숙한 민주절차에 맡기자
방폐장 성숙한 민주절차에 맡기자
  • 정영현
  • 승인 2005.09.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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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제유가가 사상최고치 갱신을 거듭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가 완전히 침몰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내심 당혹해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70년대 말 석유파동 위기를 맞았을 때 원자력발전을 국가 기간에너지원으로 채택하여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으로 경제재건의 기틀을 마련한 바 있다.

 또한 원자력발전은 8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중추 에너지원으로서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탄탄하게 바쳐주었고, IMF 외환위기 과정에서도 우리경제의 충격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킬 수 있게 하였으며, 앞으로 더욱 강화될 탄소세 문제에도 한층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발전방식이 원자력발전임을 우리는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혜택을 어언 30년 가까이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50~60년대부터 안전하게 건설하여 운영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80년대 영덕·영일·울진, 90년대 안면도와 굴업도, 최근 가장 격렬했던 부안사태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곡절을 겪어 왔다.

지난 곡절을 통해 우리는 지역 주민과의 합의도출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절감하게 됐으며, 정부는 민주적 절차의 투명성 보장을 골자로 한 새로운 부지선정 절차를마련하여 최근 유치신청을 마감하고 군산과 경주, 포항, 영덕을 후보지로 압축하였다.

 이제 방폐장은 4개 지역에서의 최종적인 주민투표에 의해 부지를 선정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11월 주민투표일까지 제 2라운드인 사실상 `본선'이 시작되었고 이들 지역마다 사활을 건 경쟁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처럼 유치 운동이 속도를 더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환경단체 등이 단식농성을 하는 등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유치신청을 한 지역과 인접한 지자체의 노골적인 반대 움직임이 심화되고 있어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바라기는 이 들의 무책임한 반대논리가 입지 안전성과 주민 수용성을 전제로 한 이번 선정절차의 민주성과 객관성을 절대로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프랑스 포도주의 주산지인 로브지역 시설이나, 영국의 드릭시설 등이 이미 50~60년대부터 건설되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방폐장의 안전성을 담보로 한 이들의 반대논리가 이제는 이미 해묵은 궤변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들도 잘 알고 있을뿐더러, 아직까지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최소한 유치신청에 동의한 지역주민들의 식견과 판단을 무시하는 처사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접 지자체 장이라면 모름지기 최근 마감된 자율 유치신청 여부를 고뇌할 시점에서는 동일한 여건과 직위에 있게 될지 모를 프랑스 로브처분시설이 위치한 지방군수 ‘미셀로셰’씨와 같은 현직 경험자들로부터 방폐장의 안전성과 지역발전 효과에 대한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으로도 보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세상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모름지기 지자체마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저마다 열심히들 뛴다. 외자를 유치하고, 혁신도시안을 구상하고, 기업을 유치하여 지역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번 유치신청 지역은 긍정적 전략과 혜안을 가지고 결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최근 우려되고 있는 인접지역의 네거티브 반대전략과 비견되어 사뭇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군산을 포함한 4개 지역 중에서 최종적으로 한 곳이 주민투표에 의한 찬성률에 의해 최종부지로 선정되어 특별법에 명시된 데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제반 지원사항의 수혜지역이 될 것이며,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한수원 본사가 이전하는 기업도시이자 부강한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다.

 부디 19년간 제 자리 걸음을 한 국가적 난제가 이번에는 그야말로 민주적인 주민동의 절차를 통해서 깨끗하게 잘 마무리됨으로서, 유치 결정지역에는 지역경제의 활로개척이라는 공익사업의 선례가 정착되고, 우리 모두에게는 초 고유가 시대에 원자력이 주는 혜택을 받는 만큼 그에 대한 처리와 책임을 지는 양식있는 민주사회의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수원(주) 원자력환경기술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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