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66> 혹시 그 전에 우리가
평설 금병매 <466> 혹시 그 전에 우리가
  • <최정주 글>
  • 승인 2005.09.1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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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맞바람이 불다 <51>

“내가 수일내로 어디 먼곳으로 가게됩니다. 재산은 비록 많다고 하나 그동안 작은 벼슬 한 자리 한 것이 없다보니, 처가에서 보기가 안되었던지, 이번에 글쎄 나에게 산동부 부지사로 나갈 기회를 만들어줬지 멉니까?”

“아, 벼슬을 나가시는군요.”

미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설아나 이교아가 서문경이 출타한 틈을 타서 무주암엘 왔다고 하더니, 그 일 때문이었구나, 하는 짐작이 들었다.

“사실 나한테는 벼슬자리가 아무것도 아닌데, 그것 해봐야 쥐꼬리만한 녹을 받으면서 벌레만도 못한 무지렁이들의 송사나 봐준다고 허송세월을 할판인데, 나중에 비석에 새길 벼슬자리 하나는 있어야할 것이 아니냐면서 강요를 하니, 안 갈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오이다. 사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어쩌면 안 갈 수도 있지요. 그때는 미선비하고 술 한잔 나눌 기회도 있을거요.”

“그래도 아무나 하는 벼슬자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한 삼년 다녀오시지요. 그러면 나중에 후손들이 보기에도 얼마나 좋습니까?”

“글쎄, 말입니다. 그동안 워낙 자유스럽게 살아서 썩 내키지가 않는군요.”

“가시게 되면 식솔들을 다 데리고 가십니까?”

“얼마를 살 벼슬자린지도 모르는데 그럴 필요가 있겠소? 가드래도 혼자 갈 것이요.“

“아, 예. 그러시겠군요.”

미앙생의 머리 속이 갑자기 환히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서문경이 멀리 벼슬자리를 나가면 그의 부인들이 마음대로 무자암엘 들락일 수 있을 것이고, 그리되면 손설아나 이교아 뿐만 아니라, 반금련이나 맹옥루와도 사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어쩐지 미선비는 처음 만나는데도 오래전부터 사귀어온 것처럼 정이 드는군요. 혹시 그 전에 우리가 다른 곳에서 만난 일이 있던가요?”

“아닙니다. 오늘 처음 뵙습니다.”

미앙생이 언젠가 지붕을 뚫고 내려다 보았던 서문경과 반금련의 모습을 떠올리며 대꾸했다.

“하긴, 처음 만나도 오래 사귄 것처럼 정이 드는수가 있지요.”

“그런데 서문대인께서 벼슬에 나가시면 보정환을 사기가 힘들겠군요. 아예, 두 달치를 더 살까요?”

“그러실 것 없습니다. 약이란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미리 사놓을 필요는 없지요. 일단 먹어보고 효과가 있으면 그때 더 사시지요. 내가 없드래도 집사가 알아서 약을 내 줄 것입니다.내가 특별히 미선비 얘기를 집사한테 해놓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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