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69> 그게 어디 사람물건이드냐구
평설 금병매 <469> 그게 어디 사람물건이드냐구
  • <최정주 글>
  • 승인 2005.09.14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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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맞바람이 불다 <54>

  그것은 일테면 자신은 정력을 보강할 약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넘치는 정력을 줄일 약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반금련에게 은근히 자신의 힘을 과시한 것이었다. 순간 반금련의 눈길이 얼핏 미앙생의 사타구니 사이를 훑었다.

“호호호, 자신만만하시군요. 여자들을 많이 다루어본 분 같아요.”

“한 때 공부를 팽개치고 청루에서 살 때는 그랬지요.”

“요즘은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나요?”

“가까이 하려도 가까이할 여자가 없는걸요. 외딴 무자암까지 여자들이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요. 오늘 반가웠습니다. 며칠간 잠을 못 잘 것 같군요.”

미앙생이 말하며 걸음을 슬슬 옮겼다. 반금련이 두어 걸음 뒤에서 따라왔다.

“왜 잠을 못 자요?”

“부인같은 미인을 만났는데 잠이 오겠습니까?”

“호호호, 얼굴만 호남아이신 것이 아니라 말씀도 잘 하시는군요.”

“빈 말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언젠가 청아현에는 반부인이라는 미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한번 만나기가 소원이었는데, 오늘 그 소원은 이루었으나 또 다른 고뇌가 제 머리 속에 들어오는군요.”

미앙생이 그런 말을 하며 돌아보는데, 저만큼에서 서문경의 약방에서 보았던 사내 하나가 걸어오고 있었다.

“언제건 인연이 닿아 부인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말을 남겨놓고 미앙생이 서둘러 골목을 빠져나왔다. 반금련의 대꾸는 없었지만, 언젠가는, 아니, 가까운 장래에 반금련이 무자암으로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서문경이 벼슬살이를 나가면서 데리고 가지 않는다면 그 화풀이로라도 찾아올지 모를 일이었다.

‘우선은 내 몸의 기를 보충해야 돼. 언제 어떤 여자를 만나건 서너번은 극락에 보낼 수 있는 힘을 길러놔야 해. 그래야 사내의 체면이 떳떳해지는거라구.’

미앙생이 무자암으로 돌아오자마자 보정환부터 열 다섯 알을 삼키고는 슬슬 소일암을 향해 올라갈 때였다. 앞에서 두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는데, 한 여자의 걸음이 이상했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두 다리를 벌린 듯 어기적거리며 걷고 있었다.

‘흐, 저 년은 장굉이 놈의 살몽둥이로 한 방 맞았군.“

미앙생의 짐작은 틀림없었다. 걸음걸이가 온전한 여자가 호호 웃으며 지껄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기에 내가 참으라고 했잖아. 그게 어디 사람물건이드냐구? 숫말의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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