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81> 세 여자는 분명 꿩대신 닭이라고
평설 금병매 <481> 세 여자는 분명 꿩대신 닭이라고
  • <최정주 글>
  • 승인 2005.10.03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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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맞바람이 불다 <66>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전 분명 대물의 주인이 아닙니다. 저는 미앙생이라고 하며 글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비록 공부보다는 청루를 자주 찾고 여자와 노는 것을 좋아하기는 해도, 분명 대물의 주인은 아닙니다. 제가 그런데도 부인들이 저와 함께 술을 마시기를 원한다면 앉아있을 것이고, 아니면 전 지금이라도 일어나겠습니다.”

미앙생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듯이 설치자 처음 말을 걸었던 여자가 옆구리를 잡아 앉혔다.

“글을 읽는다는 분이 참 풍류도 없군요. 우리도 눈썰미는 있답니다. 한 눈에 처사님이 대물의 주인이 아니란 건 알았지요. 그러면서도 여기까지 처사님을 모시고 온 것은 여자들끼리만 술을 마시면 재미가 없잖아요. 아무 걱정 마시고 우리와 함께 즐겨보아요.”

“그럴까요? 저도 술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는 사람입니다.”

“사내가 술 한 잔 못한대서야 사내도 아니지요.”

“난 술 잘 마시는 사내가 좋더라.”

여자들이 맞장구를 쳤다. 그녀들이 이미 대물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고 생각하니까 미앙생도 술을 마시는 부담도 없이 술이 술술 잘 넘어갔다. 그렇게 몇 순배의 술잔이 돌아갔을 때였다.

처음 말을 걸었던 여자가 눈을 반짝이며 미앙생을 바라보았다.

“처사님,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다고 설마 우리가 처사님께 술대접만 할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겠지요?”

“무슨 말씀입니까? 술값이라도 달라는 뜻입니까?”

“암요, 주셔야지요.”

세 여자가 동시에 대꾸했다.

“그러지요. 하다못해 청루에서 술을 마시드래도 술값을 지불하는데, 더구나 아름다운 부인을 세 분이나 모시고 술을 마시는데 술값을 안 드리겠습니까? 얼마를 드릴까요?”

미앙생이 전대를 풀 듯이 설치자 세 여자가 까르르 웃다가 웃음을 멈추고 처음 말을 걸었던 여자가 정색을 했다.

“은자는 우리들한테도 많아요. 대물의 주인을 만나면 필요할지도 몰라 준비해온 것이 있지요. 은자는 필요 없어요.”

“하면 무얼로 술값을 갚지요?”

“호호호, 처사님께 가장 소중한 걸로 갚으세요. 그렇다고 목숨을 달라는 말은 아니예요.”

여자의 말에 미앙생이 비로소 눈치를 채고 얼굴을 붉혔다. 세 여자는 분명 꿩대신 닭이라고 장굉이 놈의 대물 대신에 자신의 소물이라도 보고 싶어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녀석은 지금 주름잡힌 번데기 꼴로 얌전히 누워있는 중이었다. 그 놈이 벌떡 고개를 치켜들고 있어도 겨우 가운데 손가락 길이 밖에 안되는데 번데기꼴일 때에는 손가락 한 마디에 불과했다. 세 여자가 그걸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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