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83> 한 분 씩 차례대로 들어오시오
평설 금병매 <483> 한 분 씩 차례대로 들어오시오
  • <최정주 글>
  • 승인 2005.10.05 17: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 맞바람이 불다 <68>

“알았어요. 사내 대장부가 한번 약속한 것을 어찌 어기겠소. 그러니 날 놓아주시오.”

“좋아요. 놓아줄테니까, 우리 뜻에 따라요. 사실은 사내의 물건을 안 본지가 몇 년 씩은 되었답니다. 크건 작건 무슨 상관이 있어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면 반분이나마 풀리지 않겠어요? 제발 부탁이예요.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세요.”

가슴을 깔고 앉은 여자가 비로소 몸을 옆으로 뺐다. 미앙생이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

“어떻게요?”

다리를 깔고 앉은 여자가 물러 앉으며 되물었다.

“나도 손해보는 짓은 하기 싫소. 그러니 서로가 보여주기로 합시다. 사실은 나도 여자의 옥문을 구경한지가 한참 되었소. 나도 보고싶소. 서로가 아랫도리를 벗고 보여주자는 말이요. 그것이 공평하지 않겠소? 장굉이 놈처럼 은자라도 받는다면 몰라도, 난 은자도 안 받지 않소.”

미앙생의 말에 여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짓으로 의논을 했다.

“좋아요. 그러기로해요. 허지만 조건이 있어요. 해는 졌다고 하나 밝은 날에 여자들이 어찌 가랑이를 벌리고 옥문을 드러내겠어요. 저기 방이 있지요? 미처사님은 가서 기다리세요. 우리끼리 의논하여 차례대로 들어가겠어요. 하나씩 상대한다고 해서 합궁까지 욕심내지는 말아요. 서로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기만 하는 거예요.”

“내가 바라던 바요.”

미앙생이 웃음까지 띠며 말하자 여자들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처사님은 합궁을 싫어하시나요?”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삼가고 있는 중이요. 하면 난 저 방에서 기다릴 것이니, 한 분 씩 차례대로 들어오시오.”

미앙생이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갔다. 며칠 전에도 하룻밤 신세를 졌던 바로 그 방이었다. 장굉이 상대했던 여자들이 향수라도 뿌렸던지 방에서는 은은한 향기까지 풍겼다.

침상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기던 미앙생이 보정환을 먹고 보정고를 작은 놈의 귀밑이며 낯짝에 듬뿍 발랐다. 조금 전에는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떠밀려 왔기에 놈이 잠잠했지만, 어두컴컴한 방에서 여자들이 부드러운 손으로 만져주면 놈이 용기백배하여 일어설 것이고, 그걸 본 여자들이 욕심을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앙생은 여자들을 상대는 하되 방사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방사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보정고의 약효가 필요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