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구술 학습의 대안
논술·구술 학습의 대안
  • 박제원
  • 승인 2005.10.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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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구술학습과 관련한 편견에 관한 글을 지난 기고에 실었다. 편견에 대해 세부적인 문제점을 거론하면 몇 가지 ‘더’를 말할 수 있지만 대안이 중요하다. 대안을 전제하지 않는 비판은 세설(細說)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첫째, ‘팀작업’(Team working)에 의한 논술학습이 진행되어야 한다. 여러 분야에 걸친 개별 지식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려면 현실적으로 ‘팀작업’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팀작업을 한다고 해도 주체가 필요하다. 모든 결합은 중심 고리와 부분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을 소유하고 있거나 그렇지 않다면 철학전공자나 철학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춘 교사가 주도하고 여타의 과목에서 지원하는 시스템 운영방식을 효과적이라고 본다.

둘째, 주제별로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도서목록을 선정하고, 커리큘럼을 구성하여 학습이 진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문·사회·자연·과학 계열을 막론하고 대입에 직면한 고등학생의 경우 1년은 철학의 기초이론과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방법론적 tool)을 다루는 과정이 논술학습과정에 도입되어야 한다. 이런 방법적 툴은 중등교육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분해와 결합을 통해 재구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셋째, 학교에서 학습하는 교과과목 이외에도 7차교육과정이 요구한 여타 분야와 관련된 지식을 학습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교육과정이 그것 전부를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교과에서 배우지 않는 제시문과 관련지식이 출제되었다고 하는 편견을 벗어날 수 있다.

넷째, “논술의 논제, 논증거리, 대안은 책에서 나온다.” 라는 의미를 이해하여야 한다. 많은 논술전문가들이 “논술은 책에서 나오며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충분하게 알고 있는 학생이라면 논제에 대한 견해를 밝힐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주장의 행간(行間)은 “학생들의 양적인 지식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개별 지식을 분석하고 종합하는 앎의 형식을 학생들이 알지 못한다.” 는 점을 의미한다고 짐작한다. 그것의 해법은 모든 책의 ‘목차’를 이해하는데 있다. 목차는 내용을 단순하게 배열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목차는 지식이 축적되어 가는 순서와 방법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책을 읽기 위해서는 목차의 의미를 먼저 이해하여야 한다. 상위권 학생들도 논·구술에 고전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식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지식이 형성되는 배열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목차의 중요성과 배열을 전체적으로 그려보는 작업이 학습과정 내내 적용되어야 한다.

이 외에도 많은 대안들을 들 수 있지만 “학생은 교사의 지적 수준을 능가하지 못하며 학생의 지적 수준은 교사의 지적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격언(格言)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따라서 교사의 부단한 연구는 교사의 책무라는 평범한 교육상식이 핵심적인 대안이다. 논술의 족집게는 없다. 그 누구도 논술에 대해 이것이 단 하나의 열쇠라고 말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제언을 하는 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시행해 왔고 축적한 보편적인 학습의 툴(tool)을 통해 논술교육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일반적 진리를 상기(想起)하기 위해서이다.

<전주 완산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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