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소유와 독점’
[여성칼럼] ‘소유와 독점’
  • 박혜숙
  • 승인 2005.10.1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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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의 사전적인 의미는 ‘자기의 것으로 가짐, 또는 가지고 있음’이고, <독점>은 ‘혼자서 다 차지함. 독차지’이다. 언뜻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단어 사이에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어떤 사람에게 새 한 마리가 있다고 가정할 때, 그 새를 키우기 위해 정원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먹이도 주고 보호해 주면서 그 새와 함께 유희(遊戱)하지만, 때로는 그 새가 어디든 자유스럽게 날아다닐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그 새를 소유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그 새가 아무데도 날아다니지 못하도록 제한된 공간에 가두어두고 자신만이 보고 즐긴다면 그 새를 독점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자기의 소유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서 소유했느냐, 독점했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물론 이런 예시는 잘못된 비약일 수도 있고 억측일 수도 있지만, 두 단어의 개념을 면밀히 파악하고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에 나름대로 생각을 거듭하여 얻은 미완의 지론이다.

 젊은 시절 나는 소유와 독점은 같은 의미라고 생각했다. 무엇을 선택해야하는 경우엔 별 망설임도 없이 이것 아니면 저것, 취하든가 버리든가 둘 중 하나라는 양자택일의 태도로 살았으니,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까지 굳이 소유와 독점의 의미를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삶 자체가 별로 심각하거나 고민스럽지 않았다. 그야말로 매사가 간단명료하고 단순명쾌했다. 시쳇말로 쿨(cool)하게 살았다고나 할까?

 좀더 나이가 들어서도 ‘무소유의 가벼운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에 몸을 치장하는 일이나 세간을 늘리는 일에 별 관심이 없었다. 언제든지 훌훌 떠날 사람처럼 살림살이를 비워내고 덜어내는 일이 오히려 홀가분하고 즐겁기까지 했다.

 그러나 인생이 참 외롭다고 느끼기 시작한 어느 순간부터, 다른 건 몰라도 사람에 대해서만큼은 과도한 욕심이 마음 한복판에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가족들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치더라도, 간혹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소유냐, 독점이냐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게 되었다. 이런 지경에 이르면서, 이만하면 제대로 살고 있겠거니 여겨왔던 그동안의 삶이 자아도취와 착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관계는 일방통행이 아니기에 무엇보다도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가 우선시되어야 하는데, ‘독점욕은 사랑의 척도’라고 우겨대면서 나 혼자만 차지하려는 욕심과, 보이지 않는 마음의 흐름까지도 온통 나에게 붙들어 놓으려는 집착이 움트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가는 자칫 좋은 관계마저 망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면서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그의 행복지수에 마이너스요인이 될 정도로 집착하거나 독점하려고 해서는 안 되겠기에….

 그리 수월치는 않겠지만, 앞으로는 내 스스로의 지론대로 소유와 독점의 미묘한 차이점을 인정하고, 소유에서 독점으로 넘어가는 선(線)을 밟지 않도록 노력하련다.

 가을어귀에는 오롯이 숙성시킬 낟알을 선별하기 위해서인지 늘 태풍이 도사리고 있다가 그 태풍이 지나고 나면 비로소 가을이 깊어진다. 그렇듯이 인생의 모진 풍파 속에서도 끝까지 곁에 머물러주는 사람들을, 과욕 없이 나에게 허용된 만큼만 소유하고 자족하며 살아가노라면 세월이 지날수록 튼실한 인연으로 영글어 갈 것이다. 그 인연들은 분명 한 세상 살아가는 길에 아름다운 동행이 되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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