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도 외롭다
산타도 외롭다
  • 전성군
  • 승인 2005.12.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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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성탄절을 앞두고 겨울연가 열풍이 재현되면서 도심 속 유통업체들은 겨울연가의 흔적과 산타클로스의 친근한 이미지를 살린 다양한 마케팅으로 길가는 손님들의 발길을 붙들고 있다.

 특히 겨울연가 속 산타는 한겨울에 따뜻함을 전하는 사랑의 전도사일 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즐겁고 행복한 순간과 친근함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에 빨간 옷에 흰 수염을 날리며, 검은 부츠를 신고 어린이들의 양말에 선물을 넣어준다는 산타클로스는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똑같은 차림으로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크리스마스 축제의 신 토르는 원래 농부들의 신

 그레버(Grueber)에 의하면 크리스마스 축제의 신으로 알려진 토르(Thor)는 원래 농부들의 신이였다고 한다. 그는 나이든 자로서 묘사되었고, 쾌활하고 다정하며, 거구였고, 긴 백발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색깔은 붉은 색이였고, 우르렁거리는 굉음의 천둥소리는 그의 마차가 굴러갈 때 생긴다고 전래되고 있다.

 그는 신들 중에서 유일하게 두 마리의 하얀 염소들이 끄는 마차에 타고 얼음과 눈의 거인들과 싸웠으며, 나중에는 크리스마스 축제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명랑하고 다정한 신이였으며, 항상 인간들을 도와주고 보호해주었다고 한다. 모든 가정의 벽난로는 특별히 그에게 바쳐진 것이었고, 그는 굴뚝을 통해 그의 요소인 불로 내려온다고 전해진다.

 토르 신은 크리스마스이브에 그에게 바쳐진 제단이 있는 모든 가정을 어김없이 방문하여, 전날 밤 자기들의 나막신을 꺼내놓은 착한 아이들에게 과일, 캔디와 같은 선물을 듬뿍 가져다주었다고 한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과거 우리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착한 일을 해야 산타할아버지께서 성탄절에 선물을 나누어준다"고.

 그러나 오늘날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얘들아, 학원은 다녀와야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 산타할아버지가 성탄절에 선물을 사준단다"라고.

 하지만 올 겨울엔 농촌의 어르신 산타들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갈수록 상업화 되는 성탄절, 물질과 돈을 신처럼 여기는 현대인들을 향해 돌연 파업을 선포한 것이다.

 강대국의 힘에 상처받은 우리 농촌 성탄절에 돌아보길…

 물론 일면의 진실과 일면의 상상이 내포된 해석일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산타와 오늘날 산타는 분명 생각의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은 물질에 둘러싸여 있고, 역시 받는 것에만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주는 기쁨, ‘나누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기 위해 산타의 모습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없이 인자하고 너그럽기만 한 산타가‘산타도 외롭다’는 발상에서 출발한다. 항상 남에게 베풀지만, 친구가 없어 외로운 산타는 손자들에게 무엇인가를 받고 싶어 한다.

 올 성탄절에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농촌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자. 그리고 농촌의 어려움을 차분하게 짚어 보자. 작금의 우리 농촌은 쌀 개방의 파고 속에서 농심의 순수성이 강대국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훼손되고 조정당하고 있다. 진정 농촌의 서글픈 현실을 외면하지 말자.

 그리고 특별한 성탄축제를 마련해보자. 사랑에 목이 마른 농촌의 어르신 산타를 위해 엔젤 손자들의 재롱 파티를….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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